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종 '대중교통 중심도시' 성공하려면..."버스 만능주의 벗어야"
알림

세종 '대중교통 중심도시' 성공하려면..."버스 만능주의 벗어야"

입력
2023.05.09 04:30
수정
2023.06.14 17:49
0 0

편익 1.68 '무료 버스' 발판 마련
내년 9월 출퇴근 시간 시범 운행
2025년 전면 무료화 "연 800억"
관건은 '승용차 수요 흡수' 여부
연계 교통 · 보행환경 개선 필수
"더 촘촘한 교통정책 필요"주문

내년 9월 부터 시범운영을 거쳐 2025년부터 전면 무료 운행할 예정인 세종도시교통공사 소속의 버스가 정부세종청사 2청사 앞으로 지나고 있다. 세종=정민승 기자

내년 9월 부터 시범운영을 거쳐 2025년부터 전면 무료 운행할 예정인 세종도시교통공사 소속의 버스가 정부세종청사 2청사 앞으로 지나고 있다. 세종=정민승 기자

세종시 버스 요금 무료화 연구용역 결과 비용대비 편익(B/C)이 1.68로 추정됨에 따라 세종시는 대중교통(버스) 전면 무료화 정책 추진에 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세종시의 이번 정책 목적이 버스 요금 무료화가 아니라, 무료화로 승용차 이용률을 낮추고 ‘대중교통 중심 도시 건설’에 있는 만큼 보다 촘촘한 도시교통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8일 익명을 요구한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 극심한 체증으로 몸살을 앓는 교통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지역경제 활성화, 탄소배출감축 목표 달성 등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도시를 향한 세종시의 도전과 노력은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버스 요금 무료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요술 방망이’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대중교통 무료화에 행정력을 집중한 나머지 다른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초 전면 무료화…’효과는 글쎄’

도시 계획 당시 세종시는 전체 통행량의 70% 이상을 대중교통과 자전거, 보행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원형도시로 설계됐다. 이를 통해 승용차의 수송분담률은 30% 미만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기준 승용차 수송분담률은 46.9%로 8개 특별ㆍ광역시 중 가장 높았다. 반면 버스 수송분담률은 특별ㆍ광역시 평균(14%) 절반 수준인 7.9%를 기록했다. 세종시가 2025년부터 국내 최초의 버스 전면 무료화를 위해 매년 8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한 배경이다.

재정 투입 효과는 있다. 버스 수송분담률이 7.9%에서 2025년 11.2%로 현행보다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그 실질적 효과가 크지 않다는 데 있다. 버스 이용객이 승용차 운전자가 아니라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를 더 흡수하는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승용차보다 두 배 정도 많은 비율의 보행ㆍ자전거 수요가 무료 버스로 유입될 것으로 예측됐다”며 “이대로는 제대로 된 재정 투입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 송정근 기자

그래픽= 송정근 기자

이에 따라 세종시는 관내 버스뿐만 아니라, 대전과 청주 공주 등 관 외 지역으로 오가는 광역노선 5개를 추가로 신설해 세종에서 출발하거나, 세종으로 도착하는 이동 수요까지도 무료화하기로 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내년 9월부터 출퇴근 시간에 시범사업을 한 뒤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승용차 이용 비중이 광역교통에선 79%를 차지하는 만큼 승용차 수송분담율을 버스가 크게 흡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교통문제 '나무' 아닌 숲의 틀에서 봐야

대중교통 중심 도시로 설계됐지만, 그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이 10년 넘게 연출되고 있는 데 대해 세종시나 시민에게 책임을 묻기 힘든 것도 세종시의 특징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이나 성남시 분당처럼 비교적 단시간에 일괄적으로 도시 전체가 완공돼 입주하면서 교통 서비스가 비교적 일시에 공급된 것과 달리 세종시는 순차적으로 도시가 건설, 입주가 이뤄지면서 대중 교통 체계라고 부를 만한 시스템을 갖출 수 없었고, 그에 따라 승용차 구매와 이용을 부추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한 시민이 세종 시내 버스 정거장에 정차한 버스 위로 오르고 있다. 세종=정민승 기자

한 시민이 세종 시내 버스 정거장에 정차한 버스 위로 오르고 있다. 세종=정민승 기자

6생활권에 거주하는 한 부처 공무원은 “입주는 했지만 버스 노선이 없어 승용차를 추가로 구입했다”며 “이후 버스 노선이 생겼지만, 아파트 주차장에서 사무실 주차장으로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도록 한 운전대를 놓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입주 단지가 생길 때마다 버스 노선이 확장되면서 굴절도가 높아진 것도 버스가 외면받은 이유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조범철 한국교통연구원 교통빅데이터연구본부장은 “20년이라는 시간을 놓고 하나 하나 건설되는 과정에서 시민들은 자가 운전에 길들여졌고, 세종시가 그걸 깨기 위해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이라며 “버스 무료화로 정거장과 정거장 이동 편의는 높인다 하더라도 집-정거장, 정거장-사무실 등 남은 구간 이동 여건까지 세심하게 살펴야 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룩셈부르크와 에스토니아 탈린시, 미 보스톤시 등이 전 시민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국내서 세종시가 처음 추진한다.

자전거ㆍ보행 비율 높여야 성공 가능

이를 위해선 공영자전거 확대 및 환승 시스템 개선을 통해 버스 접근성을 끌어올리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보행 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다. 서울시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이 추진하고 있는 ‘30분 도시’, ‘15분 도시’ 구축 계획도 보행 환경 개선을 핵심으로 한다.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지난 겨울 싹뚝 잘린 세종 신도시 한 대로변의 가로수. 이 나무는 한 여름에 인도에 그늘을 제공할 수 없어 보행 환경은 악화한다. 독자 제공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지난 겨울 싹뚝 잘린 세종 신도시 한 대로변의 가로수. 이 나무는 한 여름에 인도에 그늘을 제공할 수 없어 보행 환경은 악화한다. 독자 제공

그러나 세종시와 지역 상인들의 인식 수준은 여전히 낮다.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상인들에 의해 훼손돼 한여름에 인도에 그늘을 제공하지 못하는 가로수, 인도 위를 질주하며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오토바이에 대해 단속이 이뤄지지 않은 게 대표적인 예다. 걸어서 출퇴근하는 중앙부처 한 공무원은 “보행로 위로 마구 주차된 전동킥보드에 이어 최근엔 그 충전대가 보행로 복판에 설치되기 시작했다”며 “대중교통 무료화에 집중한 나머지 더 중요한 많은 것들을 세종시가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이 새로 잎이 나기 시작한 가로수 옆을 지나고 있다. 가지를 모두 잃은 가로수는 보행자들의 '양산'이 되기엔 한참 부족해 보인다. 세계적으로 이뤄지는 보행 환경 평가(TOD 수준 평가)에는 '그늘과 휴게시설' 여부가 포함되며, 기준에 맞춰 식재, 관리되는 가로수가 핵심 평가 대상이다. 출범 10년이 지난 세종은 가로수가 어려 인도로에 충분한 그늘을 못 만들고 있고, 이 같은 이유 등으로 많은 이들이 승용차를 이용한다. 독자 제공

시민들이 새로 잎이 나기 시작한 가로수 옆을 지나고 있다. 가지를 모두 잃은 가로수는 보행자들의 '양산'이 되기엔 한참 부족해 보인다. 세계적으로 이뤄지는 보행 환경 평가(TOD 수준 평가)에는 '그늘과 휴게시설' 여부가 포함되며, 기준에 맞춰 식재, 관리되는 가로수가 핵심 평가 대상이다. 출범 10년이 지난 세종은 가로수가 어려 인도로에 충분한 그늘을 못 만들고 있고, 이 같은 이유 등으로 많은 이들이 승용차를 이용한다. 독자 제공


세종시 나성동 한 교차로 인근 인도에 무단주차된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지난달 말 기준 3,165대가 운영되고 있는 세종시 공용자전거(어울링)는 지정된 곳에서만 대여, 반납이 가능하다. 자전거 재배치 차량5대(2인1조·10명)와 수리 보수·지원업무 등 총 18명이 어울링을 관리하고 있으며 여기엔 연간 18억 원의 재정이 투입된다. 세종=정민승 기자

세종시 나성동 한 교차로 인근 인도에 무단주차된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지난달 말 기준 3,165대가 운영되고 있는 세종시 공용자전거(어울링)는 지정된 곳에서만 대여, 반납이 가능하다. 자전거 재배치 차량5대(2인1조·10명)와 수리 보수·지원업무 등 총 18명이 어울링을 관리하고 있으며 여기엔 연간 18억 원의 재정이 투입된다. 세종=정민승 기자



가로수가 어느 정도 자라 한여름에도 걷기에 나쁘지 않은 여건을 갖춘 인도에 전동킥보드 충전대가 설치됐다. 이 시설물은 장애물존에 설치돼야 하지만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독자 제공

가로수가 어느 정도 자라 한여름에도 걷기에 나쁘지 않은 여건을 갖춘 인도에 전동킥보드 충전대가 설치됐다. 이 시설물은 장애물존에 설치돼야 하지만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독자 제공


정민승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