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지도자로 '흙길' 걸어
제주서 제2 인생 계획 중에 감독 제의
3관왕 KGC 역대 최고 시즌 지휘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의 통합 우승을 이끈 김상식(55) 감독은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화려했던 선수 시절에 비해 지도자로 ‘흙길’을 걸었지만 마침내 우승 감독 타이틀을 달고 ‘꽃길’에 올랐다.
KGC인삼공사 지휘봉을 잡은 첫해 정규리그 우승, 챔피언결정전 우승, 동아시아 슈퍼리그 3관왕을 달성한 김 감독은 8일 통화에서 “아직도 꿈만 같다”며 “워낙 우여곡절이 많아 우승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긴가민가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전날까지 서울 SK와 피 말리는 챔프전 승부를 벌였다. 벼랑 끝까지 몰렸다가 6차전에서 15점 차 뒤집기를 연출하며 시리즈를 최종 7차전으로 끌고 갔고, 마지막 경기도 숨 막히는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확정했다. 경기 종료 후 최승태, 조성민 코치와 끌어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김 감독은 “시즌 전 감독 선임부터 우승까지 모든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게 코치들을 안으면서 확 터지더라”고 털어놨다.
현역 시절 ‘이동 미사일’로 불렸던 스타플레이어 출신 김 감독은 KGC인삼공사 전신인 SBS에서 2003년 은퇴했다. 2005년 SBS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감독대행만 세 차례(2006년 KT&G·2007년 오리온스·2014년 삼성)나 맡았다. 보좌하던 사령탑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날 때 김 감독은 흔들리는 팀을 잘 수습했지만 오리온스 시절을 제외하고는 감독 승격이 되지 않았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냈다.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 김 감독은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농구의 끈을 놓으려고 했다. 그는 “나이도 있고, 감독 연이 더는 이어지지 않다 보니 아내가 걱정했다”며 “농구인에서 일반인으로 돌아가려고 배에 차를 싣고 한 달 코스로 제주도에 갔다”고 설명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산도 타면서 미래 계획을 구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료하기도 했고, 허재 전 감독의 모친상도 있어 2주 만에 돌아갈까 했는데 마침 KGC인삼공사에서 감독 제의가 온 것이다. 김 감독은 “지금 돌이켜보면 기적 같은 일”이라며 “그래서 우승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고 밝혔다.
결과는 다행히 좋았지만 성적 스트레스가 심했다. 김승기 전 감독이 2년간 우승, 준우승을 이끌었던 상위 팀인 데다가 핵심 슈터 전성현마저 캐롯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항상 성적을 냈던 팀이 전력까지 약해져 굉장히 고민이 많았다”며 “나이가 있지만 선수들과 즐겁게 지내고 칭찬을 많이 하면서 잠재력을 끌어올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은 ‘식버지(김상식+아버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하며 역대 최고의 성과를 냈다.
김 감독의 지도력에 구단은 다음 시즌으로 끝나는 계약을 연장할 방침이다. 다만 ‘베테랑’ 양희종이 은퇴했고, ‘에이스’ 변준형이 군 입대를 하는 등 차기 시즌도 전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김 감독은 “다시 고민이 많아진다”면서도 높아진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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