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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유혹'을 등지고 걷는 길

입력
2023.05.12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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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A.A.)

협력과 봉사, 회복을 기치로 내건 'A.A.'의 로고. upstateintergroup.org

협력과 봉사, 회복을 기치로 내건 'A.A.'의 로고. upstateintergroup.org


1935년 미국 뉴욕의 주식중개인 윌리엄 윌슨(William G. Wilson, 1895~1971)이 오하이오주 애크런으로 출장을 갔다. 고객과의 상담은 실망스러웠고, 무거운 그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호텔 바로 향했다. 1차 세계대전 베테랑으로 심한 알코올의존증에 빠져 버몬트주 노리치대 로스쿨 졸업장도 받지 못한 그였다. 미국성공회 영성운동(옥스퍼드운동) 그룹에 가담해 신앙의 힘으로 중독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며 힘겹게 이룬 6개월 금주가 물거품이 되려던 순간이었다.

그는 호텔 앞 공중전화로 달려가 현지 옥스퍼드운동 회원 중 자신처럼 중독증세와 싸우는 이를 소개받아 전화를 걸었다. 그 상대가 외과의사 로버트 스미스(Robert H. Smith, 1879~1950)였다.

스미스도 옥스퍼드운동 금주단체에 참여해 성공과 실패를 반복해 온 터였다. 그는 알코올중독이 질병이라는 생각, 정신·정서적인 문제와 깊이 결부된 증상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6개월 금주라는 윌슨의, 비록 위태롭지만 놀라운 성과에 스미스는 고무됐다. 딱 15분만 보자고 약속한 둘의 만남은 5시간여 동안 이어졌고, 둘은 대화를 통해 그날의 ‘위기’를 모면했다.

의기투합한 둘은 곧장 애크런시립병원에서 자신들의 방법으로 중독자 상담을 시작했고, 성과는 무척 고무적이었다. 그렇게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A.A. Alcoholics Anonymous)’이란 모임이 시작됐고 그해 말 뉴욕 모임이, 1939년 클리블랜드 모임이 잇달아 결성됐다. 윌슨은 그해 ‘금주 12단계’ 와 성공사례 등을 담은 책도 출간했다. 모임 운영 규칙 등은 마약 도박 등 다양한 중독 근절 모임에도 활용되고 있다.

세계적 규모로 성장한 A.A.는 윌슨과 스미스가 처음 만난 1935년 5월 12일을 창립일로 기념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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