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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발레리나들의 무대가 온다… 국립발레단 '지젤' vs. 유니버설발레단 '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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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발레리나들의 무대가 온다… 국립발레단 '지젤' vs. 유니버설발레단 '심청'

입력
2023.05.09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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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개막 '심청' 강미선·한상이 주역
23일 개막 '지젤' 김리회 두 번째 출산 후 복귀작

국립발레단 '지젤'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의 한 장면. 국립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지젤'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의 한 장면. 국립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 제공

국내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이달 중 정기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 국립발레단은 23~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지젤'을, 유니버설발레단은 12~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심청'을 공연한다. 두 발레단의 무대는 각각 대표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자리라는 점과 함께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워킹맘 발레리나'가 주역을 맡았다는 것. 국립발레단의 '지젤'은 지난해 11월 출산한 수석무용수 김리회(36)의 복귀 무대고, '심청'에 캐스팅된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강미선(40)과 솔리스트 한상이(38)도 출산 후 꾸준히 무대에 서고 있는 워킹맘이다. 한국 발레계에서 임신은 곧 은퇴로 받아들였던 과거와 달리 출산 후에도 활동을 이어가는 주역 무용수가 늘고 있다.

"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의 '호두까기 인형'"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리회,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 솔리스트 한상이.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리회,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 솔리스트 한상이.

몸을 예민하게 다루는 발레리나에게 출산은 약해진 근육을 다시 설계하고 온몸을 조율해야 하는 고된 과정의 시작이다.

2019년 첫딸을 낳은 후 출산 7개월 만에 '백조의 호수'로 무대로 돌아왔던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리회는 이번에는 아들 쌍둥이를 낳고 6개월 만에 다시 무대에 선다. 첫 출산 때처럼 이번 복귀작도 고난도 테크닉을 요하는 발레블랑(백색발레) '지젤'이다. 김리회는 "체중이 첫 임신 때의 2배인 25㎏이 늘어 첫 출산 때보다 운동량을 훨씬 더 늘려야 했다"며 "하루 4시간 자면서 '클래스'(기본 연습)와 리허설은 기본이고 눈 떴을 때와 잠들기 전에 자전거 타기 운동을 빼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립발레단의 '주얼스'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 중인 수석무용수 김리회. 국립발레단 제공

지난해 국립발레단의 '주얼스'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 중인 수석무용수 김리회. 국립발레단 제공

'심청'에 캐스팅된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강미선은 2021년 10월에 아들을, 솔리스트 한상이는 2020년 2월에 딸을 출산했다. 특히 한상이에게는 이번 '심청'이 각별하다. 2019년 가을 '심청'에 캐스팅됐다 계획에 없던 임신으로 출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출산 후 2021년 3월 '돈키호테', 10월 '지젤' 무대에 섰던 그는 "임신으로 체중이 12㎏ 늘어 무대에 다시 설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현재는 출산 전보다 오히려 컨디션이 더 좋은 상태"라면서도 "육아와 발레를 병행하는 게 벅찬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이들이 다시 무대에 서는 것은 후회 없는 발레리나의 삶을 위해서다. 김리회는 "춤과 무대가 그리웠던 절실함이 관객에게 전해지면 좋겠다"며 "이왕 복귀했으니 은퇴 시점을 정하지 않고 기량이 다할 때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한상이는 "모성애를 갖게 되고 처음 맡은 '심청'이어서 연기를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딸이 내가 공연하는 '호두까기 인형'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클 때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심청'의 타이틀롤을 맡은 솔리스트 한상이.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유니버설발레단 '심청'의 타이틀롤을 맡은 솔리스트 한상이.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SNS 통해 서로가 서로의 롤 모델 돼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코르드발레인 로렌 포스트의 인스타그램.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코르드발레인 로렌 포스트의 인스타그램.

이들 워킹맘 발레리나들은 서로가 서로를 북돋아주는 힘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발레와 육아 병행이 보편화된 유럽과 북미 발레단 무용수들의 모습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지난 3월 '지젤' 내한 무대에 섰던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발레(POB)의 에투알(수석무용수) 도로테 질베르는 딸을 둔 워킹맘이며, 두 아이를 둔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수석무용수 출신 줄리 켄트는 2015년에 은퇴할 때까지 11년간 워킹맘으로 무대에 섰다.

뉴욕시티발레단 수석무용수 메건 페어차일드의 인스타그램.

뉴욕시티발레단 수석무용수 메건 페어차일드의 인스타그램.

현역인 뉴욕시티발레단의 메건 페어차일드와 애슐리 보어두 수석무용수, 로렌 포스트 ABT 코르드발레(군무) 등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출산 후 몸 회복을 위한 훈련 노하우나 육아 관련 사진 등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엄마가 되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춤을 잘 출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무대를 앞둔 불안감은 사라지고 발레와 모성애를 함께 갖게 됐다"(2021년 3월 메건 페어차일드)는 글을 올리는 등 출산 후 무대 복귀를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워킹맘 발레리나'는 사회적 지지 위에 커간다

국립발레단의 '지젤'.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의 '지젤'. 국립발레단 제공

무엇보다 발레리나들의 출산 후 무대 복귀는 사회적 지지가 바탕이 된다. 김리회는 무대로 돌아올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로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의 지지를 꼽았다. "자신감이 떨어지는 날도 있지만 단장님의 절대적인 믿음을 생각하면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된다"고 했다.

1980년대 후반에 이례적으로 두 번 출산 후 각각 20㎏ 이상씩 감량하고 주역으로 무대에 컴백했던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의 경우도 당시 임성남(1929~2002) 국립발레단 단장의 강력한 권유와 지지를 결정적 복귀 동기로 꼽는다.

장인주 무용평론가는 "발레리나의 직업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출산 후에도 커리어를 오래 이어가는 무용수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레리나들의 육아 병행 모범 사례를 이야기할 때 POB가 자주 언급되는데 결국 프랑스의 사회 전반적인 출산 장려 분위기가 그대로 문화예술계에도 반영되는 것"이라며 "예술단 내 보육시설 운영 등 예술 복지 수준을 높이는 데에도 관심을 가질 시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유니버설발레단 '심청'.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유니버설발레단 '심청'.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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