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건네는 등 통상 투자방식과 달라
미필적 고의에 따른 공범 판단 가능성
일괄 단정 무리 "고의성 종합 판단해야"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투자자들이 주가조작 혐의 세력의 조작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법리적으로 '공범'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투자자 명의 휴대폰까지 건네는 등 일반적 투자일임업과 상당히 다른 행태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공범'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주가조작 혐의 세력은 수년간 '다단계 주가조작'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한 의혹을 받고 있다. 투자자로부터 휴대폰 등을 넘겨받아 증권사 계좌를 개설한 뒤 사전에 정해진 시점·가격에 주식을 사고파는 통정매매로 주가를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린 혐의이다. 지난달 24일 주가조작 세력 타깃으로 알려진 8개 종목의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약 1,000명에 달하는 투자자들 역시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됐다.
투자자들은 현재 '줄 고소'로 대응하고 있다. 10여 명은 이미 1일 주가조작 일당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남부지검에 제출한 상태다. 고소 취지는 투자자들이 주가조작 일당에게 속은 '사기 피해자'라는 것이다. 다른 투자자들 역시 조만간 비슷한 취지로 추가 고소장을 제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조·금융계 전문가들 시각은 달랐다. 투자자가 구체적인 주가조작 방법을 몰랐더라도 '순수한 피해자'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김희준 법무법인 LKB 대표변호사는 "휴대폰을 맡기고, 휴대폰 명의 거주자 근방에서 거래를 하는 것은 통상적인 투자일임업과 상당히 다르다"며 "수사 기관에서 최소한 미필적 고의 정도는 있는 것으로 볼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아무런 의심 없이 수억 원의 투자금을 맡겼다면 미필적 고의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결론적으로 투자금이 주가조작 세력의 자금줄로 활용됐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일부 짊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고의는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한다. 또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투자자별로 구체적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손수호 법무법인 지혁 대표변호사는 "고의성은 △투자 액수·횟수·시기△투자 경험 △투자 권유자와의 관계 △투자 후 보인 행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판단이 가능하다"며 "수사당국이 투자자의 고의성을 입증해야 공범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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