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의회 난입 주도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
전 지도부 유죄평결 등 법의 심판 계속돼도
공격 대상 변경·분권형 운영으로 조직 건재
"와해는커녕, 추진력에 날개 달았다" 평가
미국 '1·6 의회 폭동 사태'에 가담한 극우 단체가 관련자들에 대한 엄벌이 내려지는 중에도 오히려 세(勢)를 확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정치적 사안에 치중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들어선 반(反)성소수자 등 사회문화적 이슈로 활동의 외연을 넓히고 있는 탓이다.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의회에 난입, 미국 민주주의를 짓밟았던 전력을 발판 삼아 이제는 '소수자 탄압'으로 힘자랑에 나서면서 가뜩이나 골이 깊은 미국 사회의 갈등에 기름을 붓는 모습이다.
1·6 의회 난입 지도부 잇단 유죄... 기죽지 않는 극우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극우단체는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다. 2020년 11월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의 승리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듬해 1월 6일 워싱턴 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1·6 사태'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이들이다.
의회 폭동 가담자들은 최근 잇따라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워싱턴 연방법원은 프라우드 보이스의 전 대표 엔리케 타리오 등 4명에 대해 선동음모 등 혐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5일 미 법무부는 1·6 사태 배후로 지목돼 이미 선동음모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또 다른 극우주의 무장단체 '오스 키퍼스(Oath Keepers)' 설립자 스튜어트 로즈에 징역 25년을 구형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프라우드 보이스의 경우, 위세가 꺾이기는커녕 되레 세력 과시를 멈추지 않는다는 게 WSJ의 진단이다. 극단주의·무력 분쟁 등을 분석하는 비영리 단체 ACLED는 지난해 프라우드 보이스의 정치적 폭력 및 시위가 143건으로, 2020년(128건)보다 늘었다고 밝혔다. 샘 존스 ACLED 대변인은 "그들은 미국에서 가장 활동적이고 폭력적인 극우단체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로 공격 타깃 변경... "내부 결속력 다져"
프라우드 보이스는 '바이스 미디어'의 공동 설립자인 캐나다 국적자 개빈 맥키네스가 2016년 출범시킨 조직이다. 조직원들은 조직 정체성을 '서구 쇼비니즘(맹목적 애국주의)을 위한 남성들만의 단체'로 규정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 지지가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1·6 사태 이후 조직이 어수선해지자, '성소수자' 등으로 공격 타깃을 재빠르게 변경하며 내부 결속에 나섰다. 최근 '드래그 쇼'(여장남자 공연)나 '드래그 스토리 아워'(드래그 공연자들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행사) 등 행사장에서 항의 시위를 벌인 게 대표적이다. WSJ는 "1·6 사태 이후 선거 부정 이슈가 주류의 지지를 잃으면서 (성소수자 반대 등) 사회 문제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고 짚었다.
중앙집권 대신 각 지부가 권력을 나누는 자율적인 조직 구조도 '사법적 위기'를 벗고 이 단체가 살아남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다. 설립자 스튜어트 로즈 등 지도부 기소 이후 사실상 와해된 오스 키퍼스와는 다른 대목이다. 영국 BBC방송은 "똑같은 리더십 붕괴에도 프라우드 보이스는 미국 문화전쟁에 불을 붙인 성소수자 반대 시위에 참가하고 개별 지부를 운영하면서 회원을 더 추가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지도부 부재가 오히려 내부 결속을 다지는 계기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반극단주의 컨설팅 그룹 글리터필의 공동 설립자 사만다 커트너는 "(지도부에 대한) 유죄 평결이 프라우드 보이스에 오히려 힘과 추진력을 실어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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