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 확정
2036년까지 송·변전 투자 56.5조원
한전 적자에 민간투자도 고려
전력업계 "설비 투자 놓치면 블랙아웃 올 수도"
한국전력이 2036년까지 국내 송·변전 설비 투자에 56조 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원자력·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여 2년 전 계획보다 비용이 두 배로 늘었다. 천문학적 비용에 정부는 전력망 건설 일부를 민간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전은 지난달 2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위원회 심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력수급 전망을 바탕으로 2022~2036년 15년 동안 국내 장기 송·변전 설비에 대한 세부 계획을 담았다.
먼저 한전은 국내 송‧변전 설비 투자에 필요한 비용을 56조5,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2021년 9월 발표한 제9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2020~2034년‧29조3,000억 원)보다 증가했다. 이는 올해 초 정부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전력 수요를 이전보다 늘려 예측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제9차에서 "경제성장률이 앞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전력수요 증가율을 이전보다 낮춘 연평균 1.8~1.9%로 내다봤다. 그러나 제10차에서는 데이터센터(IDC), 전기차 보급 확대 등을 이유로 다시 연평균 1.9~2.5%로 잡았다. 이 때문에 2034년 우리나라 최대 전력수요 전망치는 116.2기가와트(GW‧여름 기준)에서 126GW로 늘었다.
더불어 9차 계획에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19.4GW, 77.8GW(2034년 기준)에 그쳤지만 10차에서는 각각 31.7GW, 108.3GW(2036년 기준)로 늘었다. 한전 관계자는 "원전,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비수도권에 집중됐지만 정작 전력이 필요한 곳은 수도권에 쏠리고 있다"며 "2036년까지 수도권에서 최대 전력수요가 약 8GW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해상 풍력이 풍부하고 태양광 보급 목표의 63%가 몰린 호남 등 비수도권의 전력을 수도권으로 내보내려면 대규모 송‧변전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국적으로 필요한 송전선로는 2021년 3만5,190서킷-킬로미터(C-km‧회선×연장)에서 2036년 5만7,681C-km로 64% 증가할 전망이다. 한전 관계자는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의 전력계통 연계 설비에 34조5,000억 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계산도 안 했다" 송전 설비 투자액 더 늘 듯
①반도체 등 전력 수요가 많은 첨단 산업의 국내 사업장, ②'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IDC 급증도 송·변전 투자가 늘어야 하는 이유다. 한전은 국가첨단전략산업, 수도권 3기 신도시 등 신규 전력공급에 필요한 송‧변전 설비 투자에 최소 22조 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계획에 삼성 평택캠퍼스‧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1조 원), 수도권 3기 신도시(1.1조 원) 신규 투자비는 반영됐지만 3월 발표된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송‧변전 설비투자비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하지만 한전이 수십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현소영 한국전기산업연구원 연구실장에 따르면 한전의 송‧배전망 유지 보수 집행액은 2016년 3조2,000억 원에서 2021년 2조8,000억 원으로 줄었다. 한전은 이번 계획에서 연도별 투자 비용은 제시하지 않은 채 "정부 정책, 건설 및 수급 여건에 따라 설비계획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말이다. 이우식 한국전기산업진흥회 전무는 "2021년 미국 텍사스에서 발생한 블랙아웃(대정전)은 전기설비 투자가 적었기 때문"이라며 "원가보다 낮은 전기료는 안정적 전력 공급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간 사업자의 전력망 건설 참여를 검토하기로 했다. 신재생에너지 지역 편중을 막기 위해 에너지 계획입지 제도를 도입, 정부가 재생에너지 계획 지구를 지정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발전사업자를 공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송전 설비 건설에 민간이 참여하면 보상비 적용 규정이 달라져 전기료는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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