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도 '군부 장악' 상원 문턱 높아
선거 압승 필수인데 '전진당' 발목
“태국은 변해야 합니다. 프아타이당만이 최선의 해답입니다.”
6일 총선 사전투표, 14일 본투표를 앞두고 태국 제1야당 프아타이당의 총리 후보 패통탄 친나왓(36)이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앞에는 신생아가 잠들어 있는 인큐베이터가 놓여 있었다. 뒤에는 출산 축하 문구가 적힌 형형색색의 풍선이 가득이었다. 그가 이틀 전에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한 산모이고, 기자회견장이 방콕의 종합병원인 까닭이다.
산후조리 없이 “선거 유세 재개” 선언
탁신 친나왓(73) 전 태국 총리의 막내딸이자 차기 총리 지지율 여론조사에 선두를 달려온 패통탄은 1일 제왕절개로 둘째 자녀를 낳았다. 제왕절개로 출산한 산모는 극심한 고통을 겪지만, 그는 선거 현장에 곧바로 복귀했다고 5일 방콕포스트가 보도했다. 그는 “다음 주쯤 선거 운동에 다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지지율 조사 추이를 보면, 패통탄의 선거 승리는 무난해 보인다. 태국 여론조사기관 수안두싯폴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조사에서 프아타이당(41.37%)은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가 속한 루엄타이쌍찻당(8.48%)과 또 다른 친군부 정당 팔랑쁘라차랏당(7.49%)을 압도했다. 이번 선거에서 하원의원 500명을 뽑는데, 프아타이당이 207석가량을 얻는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패통탄이 산후조리를 포기하면서까지 카메라 앞에 선 이유는 뭘까. 원내 제1당을 차지해도 집권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정은 2017년 헌법 개정을 통해 군부 지지 없이는 총리가 되기 어렵게 만들었다. 총리직에 오르려면 상·하원의 표결을 거쳐야 하는데, 상원 250명을 군부가 임명했다.
상원의 훼방을 돌파하려면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해야 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하원 의석의 75%인 376석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연정을 구성하는 방법도 있지만, 분열된 태국 정치 상황을 감안하면 극히 어렵다.
’진보당’ 약진이 프아타이당 압승 발목
프아타이당의 압승 전망은 불투명하다. 지지층이 겹치는 개혁 성향 전진당이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전진당은 왕실모독죄 개정 등 군주제 개혁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진보 유권자와 청년층의 인기를 끌어모으며 지난달 수안두싯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9.32%를 기록했다.
태국 국가발전행정연구원(NIDA)이 3일 발표한 차기 총리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전진당의 피타 림짜른닷 대표가 35.44%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같은 기관의 3월(15.75%), 4월(20.25%) 조사에 이은 가파른 상승세다. 패통탄은 이번 조사에서 2위(29.20%)로 내려앉았다.
결국 범야권의 강력한 경쟁자를 견제하기 위해 패통탄이 '병원 기자회견'을 자처한 것이다. 군부 쿠데타 이후 해외 도피 중인 탁신 전 총리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그는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손자를 키우러 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올란 씬방티에오 태국 부라파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방콕포스트에 “손자를 언급한 것은 유권자 표심을 얻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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