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바운드' 실존 인물 강양현 감독
선수 6명으로 부산중앙고 준우승 기적
선수 영입 퇴짜 맞기 일쑤...포기 않고 결실
이제는 조선대 감독으로 리바운드 도전
“농구하다 보면 슛 쏴도 안 들어갈 때가 있다 아이가. 근데 그 순간, 노력에 따라 다시 기회가 생긴다. 그거를 뭐라고 하노? 리바운드.”
영화 ‘리바운드’(4월 5일 개봉)는 선수 6명뿐인 부산중앙고가 2012년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 중고대회에서 준우승의 쾌거를 이뤄낸 이야기를 담았다. 예선 때 한 명이 다쳐 교체선수 없이 5명으로만 대회를 치르면서도 결승까지 올랐던 감동이 그대로 묻어난다. 무엇보다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는 기술, 리바운드에 초점을 맞춰 ‘어떤 역경과 좌절에도 굴하지 않고 삶에서 성공의 리바운드를 잡자’는 메시지를 던져 큰 울림을 줬다.
영화에 등장하는 중심인물 ‘양현(안재홍)’의 실제 주인공 강양현(41) 조선대 감독(3대3농구 국가대표 감독 겸임)은 최근 한국일보와 만나 “8년간의 부산중앙고 코치 시절을 두 시간으로 압축한 내용”이라며 “아직도 그 시절 감동이 생생하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틈날 때마다 극장에 가서 벌써 열 번 넘게 영화를 봤다”며 웃었다.
영화는 극적인 연출을 위해 픽션이 일부 가미됐지만 실제 내용과 대부분 유사하다. 한때 부산 지역의 농구 명문이었던 부산중앙고는 서울 명문고들의 무차별적인 스카우트로 인해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선수가 없어 존폐 기로까지 놓였지만 구색 갖추기용으로 2006년 농구선수 꿈을 포기하고 모교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던 ‘스물네 살’ 강 감독에게 코치직을 맡겼다. 강 감독은 “학교에서 청소 등 잡일을 하다가 얼떨결에 제의를 받았다”며 “지도자도 공석이었고, 어려운 상황이라 동문과 학부형들이 맡아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갑작스럽게 시작한 지도자 생활은 좌충우돌이었다. 영화에서처럼 손 글씨로 쓴 명함을 들고 다닌 건 아니지만 선수 스카우트를 위해 이곳저곳 찾아다니고 전화도 돌렸으나 퇴짜 맞기 일쑤였다. 또 길거리에서 선수를 영입한 것도, 월급이 100만 원도 안 됐던 것도, 핵심 선수가 서울로 예고 없이 전학 간 것도 모두 ‘팩트’였다.
선수 시절 부산중앙고에서 전국 대회 최우수선수상(MVP)을 받고도 1부 대학에 가지 못하고, 프로 생활도 2군에서 잠시 몸담았던 강 감독은 “아무래도 어렵게 발을 뗀 만큼 열등감과 자격지심, 그리고 피해의식을 갖고 시작했다”며 “스카우트 실패 같은 어려움은 견딜 수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 팀과 선수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특히 무거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강 감독은 가장 사랑하는 농구의 끈을 놓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 결과, 어둠 속에 빛이 들기 시작했다. 팀의 기둥 역할을 할 수 있는 천기범과 배규혁을 데려왔고, 길거리 농구 출신 정강호와 축구를 좋아하던 홍순규를 원석에서 보석으로 가다듬었다. 여기에 신입생 정진욱, 허재윤을 포함해 6명으로 2012년 역사적인 도전에 나서 기적을 썼다.
강 감독은 “예선에서 (정)진욱이가 다쳐 5명으로만 뛰어야 했다. 그래서 경기 중간 잠깐이라도 쉴 수 있는 시간을 잘 만들어야 했다”며 “선수들에게 넘어지면 천천히 일어나고, 신발끈도 한 번씩 풀었다 묶어주고, 우리가 골을 못 넣을 것 같으면 슛 쏘지 말고 차라리 24초 공격제한시간에 걸려 백코트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자는 주문을 했다”고 설명했다.
리바운드의 중요성 역시 빼놓지 않았다. 당시 골밑을 책임졌던 홍순규는 “(강양현) 선생님이 리바운드 딱 하나만 강조했다. ‘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경기를 제압한다’는 만화 슬램덩크 얘기를 계속해줘서 내가 많이 잡으면 이기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뛰었다. 우리는 5명이었지만 계속 이기니까 힘든 줄 모르고 뛰었다”고 떠올렸다.
강 감독은 부산중앙고의 영광을 뒤로하고 또 다른 모교 조선대에서 두 번째 리바운드를 잡으려고 한다. 조선대도 다른 팀들에 비해 선수가 적고, 전력이 약하다. 2019년 부임 첫해 때는 선수가 8명에 불과했다. 대학농구리그에서는 4년째 승리가 없고, 50전 50패다. 그럼에도 강 감독은 이를 ‘실패’라고 규정짓지 않는다. 그는 “실패라는 단어를 안 쓴다”며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 아쉽거나 부족했을 뿐이다. 마이클 조던도 ‘라스트 샷(1998년 시카고 불스의 우승을 이끄는 마지막 슈팅)’을 넣기 위해 몇천 번, 몇만 번 슛을 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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