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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첼리스트 한재민의 휴대전화엔 60여 개의 '오답노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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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첼리스트 한재민의 휴대전화엔 60여 개의 '오답노트'가 있다

입력
2023.05.24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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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보다 노력파로 불리고픈 '10대 클래식 스타'
"리허설 녹음해 수시로 들으며 부족한 면 찾아"
25일 룩셈부르크 필하모닉과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연주

첼리스트 한재민이 22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악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재민은 삼성문화재단 후원으로 올해 초부터 1697년산 첼로 지오반니 그란치노를 쓰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첼리스트 한재민이 22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악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재민은 삼성문화재단 후원으로 올해 초부터 1697년산 첼로 지오반니 그란치노를 쓰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첼리스트 한재민(17)이 요즘 휴대전화에 저장된 음악 목록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듣는 곡은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이다. 연주한 사람은 바로 한재민 자신. 오는 25일 예술의전당에서 구스타보 히메노가 지휘하는 룩셈부르크 필하모닉과 이 곡을 연주하는 한재민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진행된 리허설 녹음 파일을 수시로 듣고 있다. 22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만난 한재민은 이 파일을 "오답노트"라고 표현했다. "듣다 보면 빈 공간도, 아직 더 채워 넣어야 할 것도 많아요. 그런 부분을 찾을 수 있는 게 좋아서 그간 참여한 대부분의 연주회 리허설 음원을 휴대전화에 저장해 놓은 상태죠."

한재민은 5세에 첼로를 배우기 시작해 2020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최연소 예술 영재로 입학했다. 2021년 루마니아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 최연소 우승과 제네바 국제 콩쿠르 3위 입상, 지난해 윤이상 국제 콩쿠르 우승으로 주목받는 차세대 클래식 스타다. 하지만 한재민은 '최연소'라는 수식어에 가두기엔 음악을 향한 사랑도, 노력도 남다른 연주자다. 그는 이번에 연주할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에 대해 "첼리스트라면 언젠가 꼭 연주해야 하는 유명한 곡"이라면서도 "다른 연주자의 음반은 찾아 듣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따라 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는 "첼로는 음악에 대한 내 생각과 메시지를 전하는, 하나의 말을 하는 수단"이라며 "이 곡에 나만의 소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첼리스트 한재민이 22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첼리스트 한재민이 22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한재민은 지난해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소속사로 유명한 세계적 클래식 매니지먼트사 KD슈미트와 전속 계약도 맺었다. 제오르제 에네스쿠 콩쿠르와 제네바 콩쿠르 입상으로 세계 음악계에 이름을 알린 덕분이었다. 그는 "한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콩쿠르 우승의 순기능이라면 순기능이겠지만 콩쿠르에서 우승했다고 완벽한 음악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콩쿠르 결과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플루트를 전공한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피아노,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를 접한 한재민은 일찌감치 "크고 멋있어 보이는" 첼로를 선택했다. "음악가는 평생 도전하는 사람"이라고 믿는 한재민은 하루 5∼6시간 되는 연습량을 꼬박꼬박 채우고 있다. 어떤 날은 식사 시간을 빼고는 연습만 할 정도로 연습에 공을 들인다. "진심 어린 마음으로 음악을 대하는 첼리스트"라는 꿈을 위해 6월에는 독일 유학길에 오른다. 세계적 음악원인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의 볼프강 엠마누엘 슈미트의 문하에서 전문 연주자 과정을 밟는다.

국내에서 처음 해외 오케스트라와 서는 무대인 이번 연주회를 필두로 하반기에는 8월 금호아트홀 리사이틀, KBS교향악단과의 8월 영국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무대와 9월 국내 연주회 등이 예정돼 있다. 해외에서도 7월에 이탈리아, 9월에 라트비아 공연이 잡혀 있다.

한재민은 "음악 앞에서 숫자는 의미 없다"며 "청중이 '최연소'라는 수식어 없이, 편견 없이 내 음악을 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성시연이 지휘하는 뉴질랜드 오클랜드 필하모니아와 하이든 첼로 협주곡 1번을 연주한 한재민에 대해 현지 매체는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훨씬 더 나이 많은 연주자에게나 기대할 법한 연주를 보여줬다. 눈을 못 떼게 하는 확신과 강렬함의 연주였다."

첼리스트 한재민은 올해 초부터 1697년산 첼로 지오반니 그란치노를 쓰고 있다. 한때 양성원, 문태국이 사용한 첼로다. 안다은 인턴기자

첼리스트 한재민은 올해 초부터 1697년산 첼로 지오반니 그란치노를 쓰고 있다. 한때 양성원, 문태국이 사용한 첼로다. 안다은 인턴기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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