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회사 인피니언, 2일 드레스덴 공장 착공
'63조 들여 반도체 자립' 목표 EU '적극 지원'
독일 최대 반도체 회사인 '인피니언'이 2일(현지시간) 독일 동부 드레스덴에서 신규 제조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50억 유로(약 7조3,678억 원)를 들여 짓는 인피니언 최대 규모의 공장이다.
이는 유럽연합(EU)이 "아시아에 대한 반도체 수입 의존도를 줄여 반도체 독립을 이루겠다"는 목표에 빠르게 도달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가 주력 수출품인 한국으로서는 위험 요인이다.
새 공장 7조3,678억원 투자… 2026년 생산 시작
인피니언의 주력 제품은 차세대 유망 품목인 전력 반도체다.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생산 점유율 1위였다. 전력 반도체는 전력 변환 및 전류 방향 조절에 쓰이는 반도체로,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를 개별 제품에 맞게 변환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데이터센터, 전기차, 로봇 등이 주된 용처여서 탈탄소 바람을 타고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한국은 뒤늦게 집중 투자를 시작했다.
인피니언은 2026년부터 드레스덴 공장을 가동해 전력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더 확실히 쥐고자 한다고 독일 언론 타게스샤우 등이 보도했다. 요헨 하네벡 인피니언 이사회 의장은 "탈탄소화와 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반도체 생산에 주력할 것"이라며 "관련 수요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생산 점유율 확대" 목표한 EU 반도체법에 힘 실려
인피니언의 착공식은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의 잔치였다. EU는 '반도체 생산 시장 점유율을 9%에서 2030년까지 20%로 늘린다'는 목표를 담은 반도체법을 시행하기로 지난 4월 합의했는데, 마침 인피니언의 행사가 열리며 EU의 계획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EU는 역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해 연구·개발, 생산 등에 430억 유로(약 63조4,658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비롯한 독일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착공식에 참석했다. 숄츠 총리는 "기후 중립 경제로의 전환은 세계의 핵심 과제로, 이 과정에서 우리는 아주 많은 반도체가 필요하다"며 "유럽의 반도체 3개 중 1개가 생산되는 드레스덴은 독일의 미래"라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드레스덴은 유럽의 디지털 등대"라고 강조했다. EU는 반도체법을 통해 인피니언의 새 공장에 10억 유로(약 1조4,759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아시아 의존도 줄여야" 자립 의지 불태운 유럽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의 반도체 생산 확대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 생산은 대만과 한국에 집중돼 있는데, 이 지역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기 쉬운 지역"이라고 말했다. 대만은 중국으로부터, 한국은 북한으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을 위험에 노출돼 있으므로 핵심 자원인 반도체를 한국과 대만에서 수입하는 건 유럽 경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유럽은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기업 울프스피드, 인텔 등이 독일에 신규 공장을 짓고 있고, 대만 TSMC도 독일에 투자를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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