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 109~111층 쓰는 롯데물산
1층까지 왕복 최대 20분...'승강기앱'은 필수
40년 동안 잠실만 바라보다 올해 해외 진출
"귀요? 출근하는 매일매일 먹먹하죠."
비행기가 이륙할 때나 느끼는 귀 먹먹함을 매일 출근길에 느낀다면 어떨까. 지난달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지하 1층 직원 전용 게이트에서 108층으로 직행하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내 층 표시기 숫자가 70층을 넘어서자 이상한 느낌이 왔다. 1분 만에 108층에 도착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사무실이 있는 109층에 가려면 다시 한번 엘리베이터를 갈아타야 한다.
'세계 최장 엘리베이터'로 수직 상승한 끝에 109층에 내려 사무실로 들어섰다. 무채색으로 통일된 사무실 창밖으로 서울 전경이 펼쳐졌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무실', 롯데월드타워 109~111층 3개 층은 롯데물산 임직원 240여 명이 매일 출근하는 구름 위 일터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편의점'도 '물산 상회'죠"
지상에서 약 400m 높이의 국내에서 '가장 높은 회사' 롯데물산에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편의점'도 있다. 마치 산 정상에서 등산객에게 얼음물과 컵라면을 팔듯 110층 라운지 입구에 설치된 자판기에는 각종 음료, 식품, 생활필수품이 갖춰져 있다. 직원들에게 단비 같은 이곳 이름은 '물산상회'. 회사에서 물건 값의 20%를 지원한다. 물산상회를 기획한 김햇님 경영지원팀 대리는 "숙취해소제와 아침 대용 계란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직원들은 지난해 1월 사무실을 월드타워 19층에서 90층 위로 수직 이사했다. 직원들은 근무 시간 사이 짬을 내 편의점에 들르거나 담배 타임을 가질 여유가 사라졌다. 땅에 발을 디디려면 엘리베이터를 두 번 타 지하 1층으로 내려간 뒤 다시 1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유독 엘리베이터가 잡히지 않는 운이 나쁜 날에는 왕복 20분도 걸린다. 어쩔 수 없이 구름 위 사무실에 머물러야 하는 직원들을 위해 마련했다.
직원들의 '100층 위 라이프'에는 버스 시간표만큼이나 엘리베이터 시간표가 필수템이다. 소방방재팀에서 운영하는 종합현황판에는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에서 운영 중인 엘리베이터 61대의 실시간 위치를 알 수 있는데 이 중 롯데물산 직원들이 주로 타는 8개의 현황을 앱으로 볼 수 있다. 나정현 홍보팀 책임은 "밖에 나갈 때 엘리베이터를 두 번 타야 해서 버스앱만큼이나 시시때때로 들여다본다"라며 "한 번 엘리베이터 놓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해 직원들끼리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은 누르지 않는 게 룰"이라고 말했다.
'잠실야구장뷰', '남산타워뷰' 다 좋지만…가장 인기 장소는
'뷰(View)'가 멋진 자리는 죄다 부장님 차지 아닐까? 110층 사무실서 바깥을 보며 스치는 생각이다. 흔히 창문을 등지고 가장 뷰가 좋은 곳에 부서장 책상이 놓이고 그 밑으로 소속 직원들이 직급별로 앉는 'T'자 구조일 터. 하지만 2017년 자율좌석제를 도입한 롯데물산은 팀끼리 모이거나 직급 순으로 앉지 않는다. 경영지원팀 김 대리는 "출근하면 로커에서 짐을 꺼내 원하는 자리에서 일한 뒤 퇴근할 때 짐을 넣고 간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팬인 강성은 홍보팀 대리는 잠실야구장이 보이는 자리를 가장 좋아한다. 야구장을 보면서 일하면 어쩐지 능률이 더 오르는 기분이 든단다. 남산과 남산타워가 어우러진 남산타워뷰, 대규모 아파트가 펼쳐진 경기 성남공항뷰를 찾는 직원도 있다. 한강 동쪽을 전면에 둬 마치 한강변 카페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에서는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서규하 홍보팀장은 "저녁 미팅이 있을 때 차량 흐름이 원활한 곳을 창문으로 확인하고 움직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인기 높은 자리는 역시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 롯데물산은 오전 8~10시 원하는 시간에 출근하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는데, 구석 자리부터 먼저 채워져 오전 10시에 출근하는 직원은 상사 옆에 붙어 일하는 경우도 있다고.
인왕산(338m)보다도 높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사무실로 출근하는 기분에 대해 한 직원은 "이사를 왔을 때에는 부모님께도 자랑했다"며 "이동할 때 어려움도 있지만 퇴근할 때 창 밖 멋진 노을진 풍경을 보면서 사진 찍을 때가 있어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귀여운 마스코트? '엄근진'한 폭발물탐지견이랍니다"
롯데월드타워 주변에서는 다른 회사엔 없는 이곳만의 특별한 직원도 만날 수 있다. 까만 몸통에 둥근 눈을 한 래브라도 레트리버 테이(5)가 등장하자 이날 벨리곰 행사장에 구경 나온 시민들의 시선이 꽂혔다. 롯데물산 직원들도 테이를 만나면 동료들에게 자랑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테이는 귀여운 마스코트가 아닌 회사 대테러팀 소속 폭발물탐지견이다. 테이 말고도 래브라도 레트리버가 두 마리, 셰퍼드 한 마리가 교대로 일한다.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초고층재난관리법)'에 따르면 50층 이상 건물은 의무적으로 대테러 및 자체 소방 업무를 해야 하는데 이 회사는 대테러팀과 소방방재팀을 따로 뒀다. 국내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이다.
폭발물탐지견은 핸들러와 707특수임무단 출신 대테러팀 대원 1명과 함께 하루에 두 번 타워 주변 등을 순찰한다. 회사 측은 "타워 오픈 전에는 셰퍼드를 탐지견으로 썼는데 개장 이후에는 사람들에게 좀 더 부드럽게 다가가기 위해 래브라도 레트리버가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월드타워에 매달린 40년, 이제 해외로 사업 확장
1982년 설립된 롯데물산은 40년 동안 잠실 개발 사업에 주력해 왔다. 2017년 롯데월드타워 완공 이후에는 타워 및 롯데월드몰 운영·관리가 주 업무였다. 그러던 롯데물산은 2월 기존 롯데그룹 호텔군(HQ)에서 신동빈 회장 직속의 롯데지주 소속으로 옮긴 뒤 해외 부동산으로 상업 영역을 넓히게 됐다.
올해는 특히 베트남 부동산 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지난해 하노이의 65층 초고층 빌딩 롯데센터하노이의 지분을 77.5%까지 확보했고, 올해는 직원을 보내 관리·운영할 예정이다. 롯데물산은 베트남 부동산 관리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해 현지 법인(P&D베트남)을 세웠는데 8월 롯데쇼핑에서 문을 여는 하노이몰의 시설과 자산, 건물관리를 맡을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롯데물산이 롯데월드타워를 6년 동안 운영하면서 2021년에 롯데월드타워 오피스가 모두 분양되는 등 타워 운영은 안정화됐다"며 "잠실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신규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