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시민단체 간부 심사위원으로 선임
방통위 해명보도자료도 허위라고 판단
직접 지시 근거는 못 밝혀... 법정 다툼 예고
한상혁 "모든 힘을 다해 무고함 소명할 것"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한상혁(62)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2008년 방통위 출범 이후 장관급 인사인 현직 위원장이 임기 도중 기소되기는 처음이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 박경섭)는 2일 한 위원장을 위계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점수 조작에 가담한 심사위원 2명도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의혹의 정점으로 꼽힌 한 위원장이 기소되면서 지난해 9월 감사원 자료를 넘겨받으며 시작된 검찰 수사는 마무리됐다.
검찰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2020년 3월 TV조선 반대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 인사를 심사위원으로 선임하고, 같은 해 4월 TV조선 평가점수가 조작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한 위원장이 TV조선이 '일반 재승인'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자 방통위 국장 등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이에 부하 직원들이 유효기간 4년의 일반 재승인을 막으려고 점수를 조작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유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방통위 심의·의결 안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고 봤다. 검찰은 TV조선 재승인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9월 '심사위원들 평가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방통위 보도자료가 허위사실이라고 보고 한 위원장에게 허위공문서작성 혐의까지 적용했다.
검찰은 TV조선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던 한 위원장이 범행을 주도했으며, 양모(59) 전 방송정책국장과 차모(53) 전 운영지원과장, 심사위원장을 맡은 윤모(63)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이 계획적·조직적으로 평가점수를 누설·조작했다고 결론 내렸다. 양 전 국장과 차 전 과장은 윤 교수에게 평가점수 집계 결과를 알려준 혐의(공무상비밀누설) 등으로, 윤 교수는 이를 다시 심사위원들에게 건네며 점수 수정을 요구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로 이미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다만 한 위원장이 재승인 심사 점수를 수정하라고 직접 지시한 정황은 밝혀내지 못했다. 한 위원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향후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힘을 다해 제 개인의 무고함뿐만 아니라 참기 어려운 고초를 겪고 있는 방통위 전체 직원들의 무고함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3월 TV조선은 1,000점 만점에 653.39점을 받아 재승인 기준 점수인 650점을 넘겼다. 그러나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과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항목에서 만점(210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04.15점을 받아 한 달 뒤 조건부 재승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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