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검찰에 자진 출두했지만 조사를 받는 대신 기자회견만 하고 돌아갔다. 조사 주체인 검찰이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과정을 되짚어보면, 이날 송 전 대표의 검찰행은 애초부터 조사가 아니라 많은 취재진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송 전 대표가 검찰에 나타나기 약 1시간 전부터 100여 명의 취재진과 그와 비슷한 숫자의 경찰이 지검 현관 앞에 자리를 잡았다. 비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룬 데다, 출두 시간이 가까워오면서 송 대표 지지자와 반대 단체 회원들, 유튜버들까지 모여들어 큰 혼잡을 빚었다. 여기저기서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통상 이 같은 소란은 피조사자가 도착해 포토라인에 서서 입장을 발표하고 청사로 들어서면 종료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날 송 전 대표는 질서유지를 위해 기자들이 만들어 놓은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곧장 청사로 향했다. 송 전 대표와 같은 거물급 정치인이 검찰에 출두하면서 포토라인 앞에서 아무런 입장도 발표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결국, 검찰이 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돌아가면서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송 전 대표가 포토라인을 무시하고 지나쳐 버리면서 지검 현관 앞 질서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후 5분 만에 다시 청사를 빠져나온 송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려 하자 무질서는 극에 달했다. 검찰 방호직원과 경찰이 나서 정리를 한 뒤에야 기자회견이 시작될 수 있었고, 이 자리에서 송 전 대표는 검찰 수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취재진에 피력했다.
송 전 대표가 검찰이 이미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자진 출두를 강행한 이유가 뚜렷해지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수사를 회피하지 않고 도주의 위험도 없다는 점을 법원에 각인시키고, 대규모 취재진 앞에서 검찰의 행태를 비판하는 등 자신의 입장을 25분간이나 상세히 설명했으며, 공개적으로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는 등 여러 목적을 이룬 셈이다.
다만, 이날 송 대표가 출두 과정에서 예측불허의 상황을 초래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이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되고 말았다. 취재진을 비롯해 현장에 있던 경찰, 검찰 관계자 등 많은 사람들이 송 대표가 택시를 타고 검찰청을 완전히 떠날 때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다. 때문에 취재진 사이에선 “이런 식으로 기자회견만 할 거면 국회 소통관에서 하지”라는 식의 푸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