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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구글 검색어 '날씨'가 '미국' 눌렀다... 모내기철 앞둔 김정은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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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北 구글 검색어 '날씨'가 '미국' 눌렀다... 모내기철 앞둔 김정은의 고민

입력
2023.05.03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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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트렌드'로 북한 내 검색량 분석
'기상' '날씨' 검색량 최근 들어 급등
한미 정상회담 기간 '미국'보다 많아
식량난 시달리는 北 모내기철 고민

북한 농민들이 지난해 5월 모내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북한에서는 모내기 때 학생들까지 동원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농민들이 지난해 5월 모내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북한에서는 모내기 때 학생들까지 동원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미래가 없는 늙은이(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망언…빈껍데기 선언을 '배려'받고도 감지덕지해하는 그 못난 인간(윤석열 대통령)"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이후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수뇌부의 머릿속은 온통 미국을 향한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실제 관심사는 따로 있었다. 구글로 인터넷에 접속한 북한 지역의 검색어를 살펴봤더니 '날씨'가 '미국'을 훨씬 앞섰다. 모내기철을 앞둔 북한의 진정한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북한은 지난해 봄 가뭄에 여름 수해가 겹치면서 농사를 망쳐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한국일보가 2일 최근 1년간 북한 내에서 구글을 통해 가장 많이 검색한 주제어를 '구글 트렌드'로 분석한 결과 '기상'(날씨, 일기예보 등 포함)이 4위에 올랐다. 1~3위는 네이버, 유튜브 등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사이트 명칭이라 특정 주제와는 상관없었다.

북한 주민들은 해외사이트 접속이 차단돼 있다. 반면 김 위원장 가족과 당·군·정의 지도부 등 이른바 핵심계층은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지역에서 구글 검색어 상위에 오른 내용이 곧 북한 체제의 관심사인 셈이다.

시기별로는 모내기철을 앞둔 4월 말부터 날씨 검색이 부쩍 늘었다. 기상 관련 검색량은 올해 2월 둘째 주 이후 0(구글 트렌드 지수 기준)에 가까웠지만, 4월 셋째 주부터 반등해 넷째 주에는 18까지 뛰어올랐다. 이 기간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미국'을 검색한 수치는 '기상' 검색량을 한참 밑돌았다.

구글 트렌드는 북한에서 최근 1년간 기상 정보를 가장 많이 찾아본 지난해 11월 셋째 주(14~19일) 검색량을 100으로 잡고, 이를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비교해 시기별 검색량을 선그래프로 표시했다. 당시는 '괴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불리는 화성-17형을 발사할 때다. 이에 앞서 기상 여건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엔 기상 관측소 590개, 북한은 27곳"

북한이 올 들어 기상 정보에 목을 매는 건 날씨가 그만큼 변덕스러워서다. 노동신문은 이날 "(최근 날씨가) 전반적으로 기온이 낮은 데다 낮밤의 온도 차가 심하고 일조율도 떨어지면서 센바람까지 자주 분다"고 전했다. 기온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최적의 모내기 시기를 놓치면 한 해 농사를 망칠 수 있다. 북한에서는 통상 5월 초부터 모내기 총동원 기간이 시작되는데 학생과 근로자, 군인까지 투입된다.

북한이 외부 기상 정보를 찾아보는 건 자체 분석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김혁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에는 지상 기상관측소가 전국에 590여 개나 있지만 북한은 27곳에 불과하다"면서 "슈퍼컴퓨터가 있는 우리와 달리 북한은 지역별로 세세하게 예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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