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8년 근무 NYT에 '판문점 경험담' 공개
북한군과 야구, 과자 등 "사적 대화도 나눠"
"남북한 데탕트, 너무 짧았다" 아쉬움 토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옆자리에 앉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웃으며 제 팔을 건드린 순간이요."
유엔군 사령부 소속으로 비무장지대(DMZ)에서 8년간 근무한 미 해군 퇴역장교 대니얼 에드워드 맥셰인 전 소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에 전한 '판문점 이야기' 한 토막이다. 그는 2013년 이후 8년간의 DMZ 생활 중 가장 어색했던 순간으로 김 부부장을 만났을 당시를 꼽았다.
2018년 김 부부장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판문점을 찾았다. 맥셰인 전 소령은 회의장에서 옆자리에 앉은 김 부부장이 웃으며 자신의 팔을 가볍게 만졌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판문점에 함께 근무하던 미군들이 "(김 부부장이) 여자 친구냐"며 자신을 놀렸다고도 했다.
북한군에 대한 추억도 풀어놨다. 적대국 관계인 미국과 북한 장교들은 판문점에서 마주치면 야구 등 사적 대화를 나눴다. 북한군이 좋아하는 미국 과자는 '도리토스', 한국 과자 중엔 '초코파이'라고 맥셰인 전 소령은 말했다. 판문점 주변을 떠돌다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하얀 개 얘기도 했다. 2주나 돌봐줬는데, 어느 날 북한 측 판문각으로 들어가더니 나오지 않았다. 미 장교들 사이에서 "그 개가 간첩이었다"는 농담이 오갔다.
2019년 6월 판문점 근무를 마치고 퇴역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는 맥셰인 전 소령.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깜짝 만남'을 제안하면서 일정이 꼬였다. 그날 상사에게 날아온 문자 한 통이 자신을 최장수 판문점 근무자로 만들었다. "짐을 풀어라. 대통령과의 셀카는 금지."
맥셰인 전 소령은 정상회담 준비 당시 북한 장교들이 수십 개의 북한 인공기를 들고 나타난 반면, 미군이 가진 성조기는 3개뿐이었던 일화도 공개했다. 해병대 헬리콥터가 서울로 날아가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성조기를 조달했다고 한다.
맥셰인 전 소령의 마지막 말은 뼈아프다. "DMZ에서 목격한 남북 데탕트(긴장완화)는 너무 짧았다." 그는 평택 미군기지에서 부상당한 미군 병사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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