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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벌만 살자고 의사 납치, 의약품 약탈...수단은 '의료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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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벌만 살자고 의사 납치, 의약품 약탈...수단은 '의료 지옥'

입력
2023.05.01 17:24
수정
2023.05.0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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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전으로 하르툼 병원 3분의 2 문 닫아
부상병 치료 위해 의사·병원 확보 경쟁
국경없는의사회 등 긴급 구호 활동 시작

지난달 22일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한 시민이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하르툼=AP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한 시민이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하르툼=AP 연합뉴스

양대 군벌이 3주째 무력 충돌 중인 수단의 보건의료 시스템이 마비됐다. 군벌들은 부상병 치료를 위해 의사를 납치하고 병원 의약품을 약탈했다. 병원을 점거한 군벌들이 연구소의 콜레라균 등을 무기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간인을 포함한 최소 512명(지난달 27일 기준)이 사망한 가운데, 거리에 방치된 시신들이 대량 감염 사태를 일으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숨은 의사들 노력에도 거리엔 치료 못한 시체 뒹굴어"

지난달 29일 90여 명이 사망한 수단 서부 다르푸르 지역 거리의 모습. 다르푸르=AFP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90여 명이 사망한 수단 서부 다르푸르 지역 거리의 모습. 다르푸르=AFP 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수단 수도 하르툼의 의료 서비스는 완전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르툼의 병원 3분의 2가 문을 닫았고 대부분의 의료진이 수단을 떠난 것으로 파악했다. 병원 포격으로 사망한 의료종사자는 12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일부 의사들은 자신의 집 거실을 수술실로 개조하고 살림 도구를 수술 도구처럼 쓰고 있다. NYT는 "군벌 병사들이 돈이 되는 의약품을 약탈해 응급 환자들의 처지가 불가능하다"며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이 이끄는 신속지원군(RSF)은 지난달 25일 홍역균, 콜레라균 등 위험 물질을 보유한 국립 공중보건연구소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RSF가 병균을 의도적으로 퍼뜨리면 사상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미 국적 의사 사망… 국제단체 수단 지원 본격화

지난달 30일 요르단 암만에서 국제적십자위원회가 보낸 인도적 지원물자가 수단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실리고 있다. 암만=AFP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요르단 암만에서 국제적십자위원회가 보낸 인도적 지원물자가 수단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실리고 있다. 암만=AFP 연합뉴스

치안 부재 속에 지난달 25일 하르툼 자택에서 하르툼 의대 내과 교수 부슈라 슐리만이 강도들에게 살해당했다. 미국계 수단인인 슐리만은 미국 아이오와의 병원과 수단을 오가며 수단 의료시스템 개선을 위해 애썼다. 인도주의 의사단체 '수단계 미국인 의료협회'를 창립한 그는 민간인 부상자를 치료하던 중 참변을 당했다.

이에 국제단체들의 구호 손길이 더 빨라졌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최근 하르툼 병원 세 곳에 세 개의 병원에 의약품을 기부했고, 국제적십자위원회는 8톤의 의약품을 보냈다. 유엔은 "수단의 의료 마비 사태는 규모와 속도 면에서 전례가 없다"며 "마틴 그리피스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처장을 현지에 급파하겠다"고 밝혔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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