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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담쌓는데…배터리 소재 기업들 中과 손잡을 수밖에 없는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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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담쌓는데…배터리 소재 기업들 中과 손잡을 수밖에 없는 속사정

입력
2023.05.02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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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소재 광물 제련 등 대체제 부족
"내수 중심 재편되는 中 시장 포기 못 해"

SK아이이테크놀로지 중국 창저우 분리막 생산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SK아이이테크놀로지 중국 창저우 분리막 생산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국제사회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배터리 및 소재 회사들이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 정부는 대미(對美) 밀착 외교를 택하며 중국과 거리를 두지만 기업들은 정부 눈치를 보면서도 중국 시장을 벗어나면 더 위험하다는 경영상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중 외교 리스크에 집중하느라 세계 2위 시장 중국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다"며 "빠르게 재편되는 중국 경제 상황을 냉철하게 파악해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①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9위 중국 신왕다그룹과 분리막 공급 협력 수준을 높이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SKIET는 그동안 전자기기용 배터리 분리막을 신왕다에 공급했는데 중국의 전기차용 이차전지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신왕다는 지리자동차와 동펑자동차, 상하이자동차, 볼보, 폭스바겐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5일 중국 리튬화합물 제조 선두업체 야화와 모로코에서 수산화리튬 생산을 위한 협업을 선언했다. 양극재 핵심소재인 수산화리튬 공급망을 강화하고,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 대외 경영 환경 변화에 대처한다는 것이다. LG화학은 같은 달 19일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사를 세우고 2028년까지 1조2,000억 원을 들여 전북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새만금 공장에 메탈을 정련하는 설비를 만들어 연간 10만 톤(t) 규모의 전구체를 만들고, 그 소재인 황산메탈도 생산할 계획이다. 전구체는 양극재를 만드는 핵심소재다.



전문가들 "선택지는 中밖에… 과거의 中 아냐"

전북 군산시에 위치한 새만금국가산업단지 모습. LG화학 제공

전북 군산시에 위치한 새만금국가산업단지 모습. LG화학 제공


국내에선 정치적 부담을, 현지에선 외교 리스크를 안으면서도 한국 기업들이 중국과 협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중국 중간재 제품이 경쟁력을 갖췄고, 현재는 이를 대체할 선택지가 없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해외산업실장은 "원석에서 광물을 뽑아 정제정련을 통해 전구체까지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중국밖에 없으니 한국 기업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셈"이라며 "정치적 이유로 중국 시장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수출 기업 입장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새판을 짜고 있는 중국 경제 정책도 간과할 수 없다. 박한진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초빙교수는 "무역수지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한국은 한중 수교 이후 30년 동안 대중(對中) 수출 흑자구조를 완성했다"며 "코로나19 전후로 중국 경제는 내수시장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한국은 중국 수출로 이익을 남길 여지가 줄었다"고 우려했다. 실제 중국이 자국산 제품을 우대하며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한국 제품이 주도하던 화장품 시장에서도 중국 제품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어렵사리 중국 시장 공략을 이어가지만 앞날은 녹록지 않다. 중국 시장을 잘 아는 한 전문가는 "기업들로선 중국과 협력할 수 있어 사업성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정치·외교적 리스크는 커진다"며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이후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일종의 보여주기식 보복 조치가 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도 변수다. 코로나19 당시 요소수 부족 사태처럼 언제든 배터리 핵심 광물 공급을 차단하거나 비용을 올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김 실장은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며 "한일 관계가 얼어붙어도 우리 기업이 일본 원·부자재를 가져와서 물건을 만들어 파는 건 그 제품이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듯 한국 기업 제품이 더 좋으면 중국 역시 한국 제품을 계속 수입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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