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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소매점 몰아냈던 BB&B... 이젠 아마존에 밀려 '눈물의 땡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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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소매점 몰아냈던 BB&B... 이젠 아마존에 밀려 '눈물의 땡처리'

입력
2023.05.01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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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설립된 '카테고리 킬러'의 대표
파산보호 신청하며 6월 중 영업 종료
'경험 소비' 트렌드에 뒤처지며 몰락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캐피톨라의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 매장. 파산에 따른 폐점 소식과 최대 30% 할인 공고문이 곳곳에 붙어 있다. 캐피톨라=이서희 특파원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캐피톨라의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 매장. 파산에 따른 폐점 소식과 최대 30% 할인 공고문이 곳곳에 붙어 있다. 캐피톨라=이서희 특파원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캐피톨라에 위치한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의 한 매장을 찾았다. 생활용품 체인점인 BB&B가 수년째 이어진 경영난 끝에 파산보호(한국의 법정관리와 유사)를 신청한 지 5일 만이었다.

"Store Closing(매장을 닫습니다)."

매장 입구부터 폐점을 알리는 대형 알림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모든 제품을 최대 30% 할인한다는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이미 배부된 할인쿠폰을 27일까지만 쓸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인지 꽤나 많은 진열대가 텅 빈 상태였고, 특히 고가의 헤어드라이어나 청소기 같은 인기 제품은 흔적조차 없었다.

평일 낮 시간대였음에도 내부에선 손님 20여 명이 천천히 할인 제품을 살피고 있었다. 이 지점에서 차로 약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산다는 그렉 린드세이는 "결혼 후 살림살이부터 아이들 용품, 인테리어 소품 등을 사러 자주 왔던 곳인데 없어진다니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계산대의 직원은 "파산한다고 하니 떠났던 손님들이 돌아오고 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팬데믹 기간 이른바 '밈 주식'(온라인 입소문으로 투자가 몰리는 종목)으로 유명세를 탄 BB&B는 52년 동안 수많은 미국 가정의 살림을 채워 온 브랜드다. 1971년 뉴저지주에서 처음 문을 열었고, 전성기였던 2010년엔 미국 전역에 1,100여 개 매장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360개 정도가 남은 BB&B 매장은 6월 전후 전부 문을 닫을 예정이다. 어느 주에서든 쉽게 볼 수 있었던 '생활용품 대표 매장'이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 전역 BB&B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매장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쿠폰을 쓰려는 사람, '눈물의 땡처리'를 즐기려는 사람, 아쉬운 마음에 다녀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29일(현지시간)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 홈페이지의 첫 화면. BB&B와 자회사 바이바이베이비의 영업을 중단하게 됐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 있다. BB&B 홈페이지 캡처

29일(현지시간)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 홈페이지의 첫 화면. BB&B와 자회사 바이바이베이비의 영업을 중단하게 됐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 있다. BB&B 홈페이지 캡처


생활용품 공룡의 예견된 몰락

수년째 적자 폭을 키워 온 BB&B의 몰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자체 브랜드의 무리한 확장, 주가의 불안정성 등이 파산을 부른 것으로 꼽히지만, 시장에선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지 못한 것을 결정적인 패인으로 본다.

BB&B는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의 대표주자로 꼽혔다. 카테고리 킬러란 1980년대 급성장한 유통업체 유형으로, 대형마트나 슈퍼마켓과는 달리 패션, 식품, 인테리어 등 특정 분야의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을 말한다. BB&B의 전문 분야는 가정용품. 주로 교외의 대형 매장에서 가전부터 공구까지 집 안에서 쓰이는 거의 모든 물건을 판매했다.

이런 카테고리 킬러들의 등장은 동네의 중소형 상점들을 몰락시켰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온라인 쇼핑몰이 인기를 끌면서 카테고리 킬러들도 위기에 몰렸다. 특히 아마존의 부상으로 인한 타격이 컸다. 아마존이 모든 카테고리의 다양한 제품을 취급한 탓에 카테고리 킬러만이 갖고 있던 장점(풍부한 상품 구색)이 사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서킷시티, 라디오쉑 같은 전자제품 전문 유통업체들이 몰락했고, '장난감 왕국'으로 불렸던 토이저러스 역시 2017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캐피톨라에 위치한 배드바스비욘드 매장에서 인근에 사는 그렉 린드세이가 계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캐피톨라=이서희 특파원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캐피톨라에 위치한 배드바스비욘드 매장에서 인근에 사는 그렉 린드세이가 계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캐피톨라=이서희 특파원


베스트바이는 생존, 그 비결은?

그러나 살아남은 카테고리 킬러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전자제품 유통점 베스트바이다. CNN은 '경험 소비' 트렌드에 맞춰 제대로 변화했는지가 운명을 갈랐다고 진단했다. "사람들은 물건을 사서 갖는 것보다 경험에 돈을 쓰는 것을 우선하기 시작했는데, BB&B는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CNN은 평했다. BB&B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를 발굴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을 온라인 유통점에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BB&B의 파산은 한때 아무리 잘나갔던 업체라도 시대 흐름에 뒤처지면 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일각에선 카테고리 킬러의 붕괴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해 아마존,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참고 기사

아마존 공세에도 버틴 베스트바이... 최저가·총알배송·전문가 서비스 덕 톡톡(https://hankookilbo.com/News/Read/A2022071004150003780?did=NA)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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