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없이 갭투자로 주택 수백채 매입
리베이트 걸고 공인중개사 끌어들여
경찰, 전세사기 주범 40대 남성 구속
경기 구리에서 터진 전세사기 사건에 성공 보수를 노린 공인중개사 등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깡통주택’ 위험 숨긴 채 임차인 모집
29일 구리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세사기 사건 주범 A씨 등 일당은 소위 ‘깡통주택’을 보유하는 과정에서 공인중개사를 끌어 들어 임차인을 모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은 자기 자본을 거의 들이지 않고 세입자가 낸 보증금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무자본 갭투자’로 구리 등 수도권에서 주택 900여 가구를 사들였다. 상대적으로 값이 싼 미분양 오피스텔과 빌라 등이 타깃이었다.
이 과정에서 A씨와 공인중개사들은 리베이트를 고리로 연결돼 있었다. A씨 등은 사전에 계약을 맺은 공인중개사들이 임차인을 유치하면, 중개 수수료 등으로 돈을 나눠줬다. 임차인들이 낸 전세 보증금은 분양대금 등 주택 매입자금으로 충당했다. 공인중개사들은 2020년 당시 전세가격이 치솟으면서 매매가에 육박해 ‘깡통주택’ 위험성이 큰 매물에 대해 “입지가 좋다”고 속여 임차인들을 모집했다. 구리의 한 공인중개사는 “당시 임차인을 모집해달라는 분양 대행사와 캡투자자들 요청이 많았다”며 “깡통주택 위험이 커 중개하지는 않았으나, 일부는 거액의 성공보수를 받고 임차인을 모집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A씨는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때 건축자와 계약된 분양 대행사로부터 리베이트까지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건축주가 돈을 주고 비분양 주택을 맡기면, 분양대행사는 다시 집을 파는 조건으로 갭투자자와 공인중개사에게 리베이트를 나눠줬다.
경찰 “보증금 갈취 목적, 고의성 있다” 주범 구속
주택 수백채를 보유하게 된 A씨는 지난해 말 집값이 하락하면서 계약이 끝난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내주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주로 신축 주택과 서울 인근 입지를 선호하는 20~30대 청년들로 파악됐다. 이들 피해자들은 "안전하다"는 공인중개사 말만 믿고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보증금을 지불했지만, 빚만 떠안게 될 처지에 몰렸다. A씨는 “금리 인상과 집값이 하락해 보증금을 못주고 있을 뿐, 임차인들을 속일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고의성을 갖고 범행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증금 반환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 임차임을 모집하고, 체납 세금이 쌓이는데도 계속해서 주택 수백채를 사들인 점 등을 고려해 사전 구속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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