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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은 백년대계, 조급증 버려라

입력
2023.05.01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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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지난해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한강에 다리를 하나 놓을 때도 미리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10년 이상 후유증이 지속될 수 있는 교육정책을 내놓으면서 의견 청취 없이 발표만 하고 있다."

한국일보가 24~28일 보도한 '교육개혁 SWOT 보고서' 취재 과정에서 한 자문위원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시리즈에는 교육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이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에 내린 평가를 담았는데, 이들은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교육 수장이었던 박순애 장관이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없이 '만 5세 초교 입학'을 꺼내 들었다가 불과 34일 만에 물러난 전례가 있음에도, 교육부의 '선 발표 후 수습' 관행은 바뀌지 않았다. 교육전문대학원을 도입해 미래 사회에 대비한 교원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은 "당사자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교·사대생들의 비판에 막혀 무기한 보류됐다.

다양한 의견을 듣지 못하면 핵심을 놓칠 위험이 큰데, 대표적으로 지적된 게 교육자유특구다. 지방에 경쟁력 있는 중·고등학교를 만들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수도권 인구가 지방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한 자문위원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전북의 경우 임실, 남원 등에서 초등학교를 나오면 중학교 땐 전주로 간다. 지방 소도시는 초중고를 통폐합해도 전교생 100명 만들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방에 좋은 학교를 만들어도 다닐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소멸 위기는 지역 교육의 질보다는 지역 일자리의 질이 나쁘기 때문에 발생한다. 하지만 정부는 규제를 완화해 수도권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했고,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이라는 명분 아래 20년 만에 수도권 대학 정원을 늘렸다. 엇박자다.

한 자문위원은 "명문고는 명문대 진학 수단이므로 지방에도 존재할 수 있으나, 명문대는 인생의 목표이므로 지방에 존재하기 힘들다"고 했다. 견고한 대학 서열화, 수도권 일자리 쏠림 등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무슨 수를 써도 지방대 육성은 '공허한 구호'가 된다. 그런데도 대학 서열화를 타파하기 위한 대책,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대책은 미흡하다. 첨단 분야 인재들이 의대로 빠져나가는 현실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고심 중"이라고 할 뿐이다.

교육부가 의견 수렴 없이, 허점투성이 정책을 내놓는 이유는 조급증 때문이다. 한 자문위원은 "현 정부 임기 내에 뭔가 결과를 내놓으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지난 1월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로드맵은 대부분 2025, 2026년 가시적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짜여 있다. 유보통합, 지방대 육성, 교육감 선거제, 교원양성체제 등 10년 이상 논쟁이 거듭됐던 정책들을 2, 3년 안에 매듭지으려니 탈이 나는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수긍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는 게 정답에 가깝다. 그러려면 의견을 듣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게 공을 들여야 지속가능한 정책을 만들 수 있다. 다행히 국가교육위원회라는 꽤 좋은 도구가 마련돼 있다. 문제는 활용도다. 언제까지 명검으로 사과만 깎고 있을 텐가.

김경준 정책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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