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대출제한 검토… 대형은행, 추가 지원 주저"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미국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운명을 놓고 미국 정부와 대형 은행 간 '치킨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규제당국과 대형 은행이 손실을 피하기 위해 상대방이 나서기만을 기대하며 뒷짐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달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에 총 300억 달러(약 40조 원)를 지원한 대형 은행들이 이 은행 파산을 막고 지원금을 찾아가는지를 지켜보고 있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위기가 재부각된 이후 현재까지 당국의 직접 개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이 은행의 평가 등급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렇게 되면 연방준비제도(연준·Fed)로부터 대출이 제한된다.
대형 은행들도 추가 손실을 피하기 위해 더 이상의 관여를 주저하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최소한 지원 금액 중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는데, 굳이 개입해 손실 규모를 더 키울 필요까진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JP모건 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은행 11곳은 지난달 이 은행에 각각 10억∼50억 달러를 지원했다. 이들 예금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미 시튼홀대 스테픈 루벤 법학대학원 교수는 "대형 은행들은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여파에 대한 불안감이 있으며,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제당국은 이 은행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 타자는 누가 될지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은행은 필요하다면 FDIC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을 인수해 매각하기를 기대하는 반면, 미 당국은 일부 은행 경영진에 연락해 민간 차원의 해결 방안을 추진할 것을 독려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장기주택담보대출과 증권을 포함해 500억~1,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이틀간 각각 50%와 30% 급락했던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이날 10% 이상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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