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이어도 축구 잘하면 형"
유연함 무기로 매년 '커리어 하이' 경신
아시안게임·올림픽 통해 세계 무대 노크하고파
“강인이 형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26일 경북 포항 송라클럽하우스에서 때 아닌 호칭 논쟁이 벌어졌다. 포항의 ‘최다 득점자’ 고영준이 이강인(마요르카)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진 것. 둘은 2001년생 동갑내기지만 이강인의 ‘빠른 생일(2월)’ 때문에 아직 명확하게 ‘서열 정리’가 되지 않았다. 고영준은 “지난해 23세 이하 대표팀에서 한 번 만났는데 크게 친분이 없어서 그때는 따로 불러본 적이 없다”면서도 “만약 형이라고 해야 한다면 그렇게 부르겠다”며 웃었다.
고영준이 ‘형’이라는 호칭에 개의치 않는 이유는 단순히 이강인의 빠른 생일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축구 잘하면 형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이강인은 내가 감히 비교해 보지도 못할 만큼 앞서 있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이강인의 경기 영상을 자주 찾아보며 많이 배운다”며 “큰 동기부여가 되는 존재”라고 올려다봤다.
고영준의 이런 유연한 태도는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그는 “스페인 라리가 바르셀로나의 팬”이라면서도 “에덴 아자르(레알 마드리드)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시절 경기 영상을 보면서 특유의 드리블을 몸에 익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노력을 바탕 삼아 △2020년 2득점 1도움 △2021년 3득점 1도움 △2022년 6득점 4도움으로 해마다 자신의 기록을 경신해 왔다.
올 시즌엔 또 한 번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고영준은 개막 후 9경기에서 4골을 뽑아내며 포항의 확실한 중심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지난 22일 ‘디펜딩 챔피언’ 울산과의 ‘동해안 더비’에서 멀티골(2골)을 뽑아내며 한 뼘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그는 “(2-2 무승부로 경기가 끝난 것이) 다시 생각해도 너무 아쉽다”고 당시 경기를 떠올렸다.
30일 열리는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는 고영준을 더욱 불타오르게 하고 있다. 인천에는 지난해까지 포항에서 뛰었던 신진호가 있다. 특히 김기동 포항 감독이 신진호의 인천 이적을 두고 서운한 마음을 여러 차례 드러낸 터라 양팀의 맞대결은 축구팬들에게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고영준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형인데 다음 경기에서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직접 보여주겠다”며 “진짜 이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큰 곳도 바라보고 있다. 올해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다. 고영준은 “(팀 내) 형들이 금메달을 절대 못 딸 거라고 장난을 치지만 나는 지금까지 생각하고 말해 왔던 것을 거의 다 이뤄왔다”며 “이번에도 목표를 이룰 것이라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황선홍호에 승선해야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이강인을 비롯해 엄원상(울산), 고재현(대구) 등 2019 폴란드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 주역들이 모두 참가할 수 있는 대회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최종 엔트리 경쟁이 예상된다. 고영준은 “(엄원상 등) 1999년생 형들이 주축이 되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두 살 어리다고 대회에 못 나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대표팀에 승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 올림픽은 세상에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며 “유럽 무대로 나아가 더 큰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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