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분쟁조정위, 과실 배상 결정
"약물 정보도 깜깜이... 공개 요구해야"
알레르기(거부) 반응 사실을 알고도 환자에게 같은 ‘지방분해주사’ 약물을 거듭 투약한 의사가 위자료를 물게 됐다. 불투명한 주먹구구식 시술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한국소비자원의 주문이다.
27일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방분해주사 관련 피해구제 신청인 A씨는 지난해 6월 한 병원에서 주사 시술을 8차례 받기로 계약하고 계약 당일과 일주일 뒤 한 번씩 복부에 주사를 맞았다. 이후 시술받은 부위에 발적(빨갛게 부어오르는 증상)과 가려움증이 생긴 A씨는 해당 병원에서 알레르기성 두드러기라는 진단과 약 처방을 받았다.
그러나 시술은 계속됐다. 진단을 받은 날 3회 차 주사를 허벅지에 맞았고, A씨의 상태는 나빠졌다. 두드러기혈관염이 발생해 허벅지 전체에 발적이 일어났고, 고열까지 수반돼 병원 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피해구제 신청을 접수한 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판단은 의사 과실이었다. 시술 뒤 해당 주사제에 대한 알레르기성 과민 반응이 나타났는데도 상태 고려나 원인 약물 확인 없이 환자에게 같은 약물을 다시 투여해 증상을 악화시킨 책임이 의사에게 있다고 본 조정위는 해당 의사를 상대로 위자료를 배상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사건 조사 과정에서 조정위는 유사 피해 재발을 야기할 수 있는 구조적 난맥도 발견했다. 현재 국내 지방분해주사제에 포함되는 약물 중에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효과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거나 비만 치료용으로 허가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고 한다. 각 병원은 임의로 이들을 배합해 주사제를 만들고 독자적 노하우로 포장한다.
더 큰 문제는 어떤 약물이 어떤 비율로 조합돼 얼마나 투여됐는지를 소비자가 알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조정위는 “해당 사건의 진료기록부에 투여된 지방분해주사제에 대한 약물 정보가 기재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약품이 원래 허가된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의료 과실 분쟁에서 과실 여부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 만큼, 소비자에게 투약 관련 사항을 충분히 설명하고 그 내용을 진료기록부에 상세히 기재할 필요가 있다”고 병원에 권고했다.
소비자도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개인마다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시술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고 시술받을 때는 의사한테 시술 내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요구하라는 게 소비자원 당부다. 지방분해주사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2020년 6건, 2021년 8건, 지난해 13건으로 증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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