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행동 카라, 제작사 모호필름에 질의
촬영에 동원된 자라 세 마리 사망 추후 확인
"동물 안전하게 촬영했다 말하기 어려워"
영화 '헤어질 결심'의 자라 등장 장면이 동물의 안전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촬영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26일 헤어질 결심 제작사인 '모호필름'에 자라 장면의 촬영 과정을 질의해 받은 답변을 공개했다.
영화에는 자라 수십 마리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장면, 주인공이 자라를 발로 차 자라가 구르는 장면이 등장한다. 또 주인공이 자라에게 손가락을 물리거나 비닐봉지에 담은 자라를 들고 귀가하는 장면도 있다. 끝맺음 자막(엔딩 크레디트)에는 "동물 출연 장면은 전문적으로 훈련된 동물들을 데리고 전문가 입회 아래 안전하게 촬영되었습니다"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실제 촬영 상황은 안전하게 촬영됐다는 제작사의 설명과 차이가 있었다고 카라는 주장했다. 손가락을 물고 있거나 비닐봉지에 담긴 자라는 각각 컴퓨터그래픽(CG)과 모형으로 촬영됐지만 오토바이 주변 바닥에 자라 수십 마리가 떨어져 있는 장면, 자라를 발로 차 뒹굴뒹굴 구르는 장면에는 실제 자라가 동원됐다. 제작사에 따르면 촬영 이후 자라 세 마리가 죽었다. 또 촬영 현장에는 수의사나 전문가가 아닌 농장주를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라는 "자라를 발로 차고 구르는 장면에 실제 자라를 동원한 것은 추위에 약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자라의 특성을 고려할 때 안전이 보장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자라의 안전을 살필 전문가로 농장주를 촬영현장에 배치한 것도 부적절하다고 봤다. 카라는 수의사나 훈련사를 촬영현장에 배치할 것을 권하고 있다. 제작사는 죽은 자라에 대해 "도의적 차원에서 농장주에게 보상을 했다"고 밝혔다.
김나연 카라 활동가는 "촬영으로 인해 동물이 다치거나 죽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동물이 촬영 후 죽었다면 동물 출연 장면이 안전하게 촬영됐다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에 동물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동물복지를 훼손하는 사례는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1월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제작진이 촬영 현장에서 강제로 쓰러트린 말 '마리아주'가 사망하면서 동물학대에 대한 거센 비판이 있었다. 지난해 5월에는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장미맨션'이 고양이를 동원해 동네고양이 살해 장면을 촬영하고, 학대 장면을 지나치게 묘사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영상 및 방송 매체 출연동물 보호 안내서(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민관 협의체를 구성했으나 1년이 넘은 지금도 진전이 없는 상태다. 김 활동가는 "정부가 가이드라인 마련에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하루빨리 출연동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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