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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꾼 이름·얼굴 공개"...'나쁜 집주인' 신상공개 홈페이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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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꾼 이름·얼굴 공개"...'나쁜 집주인' 신상공개 홈페이지 등장

입력
2023.04.2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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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7명 공개 후 추가 공개 예고
서류 검토·사전 통보 후 공개
"보증금 반환거부 막아 달라"

26일 6명의 악성임대인 이름과 사진 등을 공개한 '나쁜 집주인' 홈페이지. 나쁜 집주인 홈페이지 캡처

26일 6명의 악성임대인 이름과 사진 등을 공개한 '나쁜 집주인' 홈페이지. 나쁜 집주인 홈페이지 캡처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악성임대인의 얼굴 사진, 이름, 집 주소 등 신상을 공개하는 홈페이지가 등장했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나쁜 부모'의 신상을 공개했던 '배드파더스'와 유사한 형태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전세보증금을 신속하게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26일 '나쁜 집주인' 홈페이지에 따르면 7명의 이름, 집 주소, 회사 주소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중에는 주택 1,000여 채를 보유한 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가 사망한 이른바 '빌라왕' 김모씨, 인천 일대 빌라와 오피스텔 수십 채를 갭투자로 보유했다가 역시 갑자기 숨진 20대 송모씨, 세입자 400여 명의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는 중개 보조원 이모씨가 포함돼 있다.

홈페이지 운영자는 악성임대인 신상 공개 홈페이지를 만든 이유에 대해 "세입자가 평생 피땀 흘려 번 돈을 갈취하고도 벌금형 정도로 가벼운 처벌로 죗값을 치르고선 갈취한 돈으로 잘 먹고 잘 산다"며 "고의적인 보증금 반환거부를 막아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페이지 운영자는 이메일 제보를 받아 악성임대인 명단을 계속 업데이트하겠다고도 예고했다. 운영자는 "전세사기 내용과 집주인의 사진과 이름, 생년월일, 주소, 회사 등 신상을 제보해 달라"면서 "제보 내용은 서류 내용을 확인·검토한 후(악성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신상을 공개하겠다는 내용의) 사전 통보를 거쳐 2주 후에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 사이에서 이 홈페이지는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이 사이트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하며 "사기꾼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구속도 벌금도 아니다. 신상과 얼굴 공개"라며 "자신의 정체가 노출되면 더 이상 사기를 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피해자는 "집주인이 전세금 안 돌려주려고 위장이혼으로 재산을 빼돌린 후 현재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안심전세 앱'을 통한 악성임대인 명단은 9월부터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악성임대인 정보를 알려 추가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홈페이지는 전세사기 관련 언론보도와 전세사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 등도 소개하고 있다.

이는 미성년 자녀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해 온 배드파더스와 유사한 형태다. 배드파더스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미성년 자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 또는 사전 통보하는 방식으로 약 900건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예훼손 등 우려도 제기된다. 배드파더스 대표 구본창(60)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배드파더스의 신상공개 행위에 비방의 목적이 인정된다면서도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법적 제도 마련 등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해 2021년 12월 벌금 10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구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고,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상공개 대상자들이 악성임대인이 맞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부유법률사무소' 송제경 대표변호사는 "배드파더스의 사례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민사상 또는 도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나쁜 집주인과는 사안이 다르다"면서 "다수를 대상으로 전세사기를 벌인 악성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나쁜 집주인은 '공공의 이익' 측면에서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악성임대인이 아닌 사람의 신상이 공개될 경우에는 명예훼손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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