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낙찰 사례 서울서 66%↑
4집 중 1집 전월세 깎아 계약
전셋값이 급락하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살던 집을 경매 신청하는 세입자가 크게 늘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집을 떠안는 등 전세사기 피해가 커지는 모습이다. 전월세 계약 시 보증금 등을 깎는 감액 계약 비중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5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수도권 경매 진행 물건 중 임차인이 직접 경매를 신청한 건수는 총 230건으로 지난달(139건)에 비해 65%가 증가했다. 이는 전세사기에 연루된 주택뿐 아니라 집값과 전셋값이 함께 떨어지면서 역전세난으로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매에 나선 물건도 포함돼 있다.
특히 서울에서 임차인이 경매를 신청해 진행된 건수는 150건으로 한 달 새 2배나 늘었다. 강서구에서 이른바 '빌라왕'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40건대를 유지하던 임차인 경매 신청 건수는 지난달 75건으로 껑충 뛰었고, 급기야 이달엔 세 자릿수를 넘어섰다. 미추홀구가 포함된 인천의 임차인 경매 진행 건수는 이달 28건으로 전달(16건) 대비 75% 증가했다.
수도권에서 임차인 경매 진행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18년 375건에서 지난해 978건으로 4년 새 2배 넘게 올랐다. 올해는 이달까지 547건이 경매에 부쳐지면서 벌써 지난해 전체 건수의 절반을 넘어섰다.
문제는 집값 하락기에 경매에서 제 가격으로 낙찰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유찰을 거듭하면서 낙찰가가 보증금보다 낮아지거나 시세보다 값이 떨어져 임차인들이 보증금 전부를 회수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임차인이 울며 겨자 먹기로 살던 집을 직접 낙찰받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이달 24일까지 서울에서 임차인이 직접 낙찰받은 건수는 40건으로 전년 동기(24건) 대비 66%나 올랐다. 연도별로는 2020년 52건, 2021년 66건, 지난해 105건으로 계속 증가세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는 무주택자로 간주해 청약 당첨, 생애최초 대출 등에 불이익이 없도록 제도를 개편하면서 임차인이 경매에 내놓은 집을 직접 낙찰받는 사례는 추후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이 가격을 낮춰 재계약하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올해 1분기 전·월세 갱신계약의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종전 계약보다 감액한 계약이 전국 8만2,135건 중 2만537건(25%)을 차지했다. 국토교통부가 갱신 계약 여부를 공개한 2021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지역별로는 대구의 감액 갱신비율이 65%로 가장 높았고, 세종(48%)과 울산(35%)이 뒤를 이었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31%를 차지했고, 빌라인 연립·다세대 주택은 13%, 오피스텔은 10%, 단독·다가구 주택은 6%가 가격을 낮춰 계약한 것으로 집계됐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금리인상에 전세사기 공포까지 겹치며 전세 수요가 낮아지고 있는 데다 강남을 비롯한 입주 물량 증가로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다"며 "당분간 전월세 감액 갱신 비율은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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