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서울 용산 주한미군 기지 일부가 '용산 어린이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개방된다. 다만 해당 부지가 오염 지역으로 조사됐던 곳이어서 환경 단체들이 우려하고 있다.
25일 국토교통부는 다음 달 4일 용산 반환 부지 약 30만 ㎡를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방되는 부지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국립중앙박물관 사이에 있다. 과거 미군이 장군 숙소(미군 구역명 A4b·A4f), 야구장(A4d), 스포츠필드(A1)로 사용하던 지역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6월 장군 숙소 지역 약 10만 ㎡를 약 보름간 시범 개방한 뒤 문을 닫아 뒀었다. 이번엔 추가 시설 정비와 환경 모니터링을 거친 후 20만 ㎡를 추가로 개방한다.
이 공원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실을 이전하며 '열린 대통령실'의 상징으로 제시했던 곳이기도 하다. 실제 공원에는 대통령 집무실을 볼 수 있는 '전망 언덕'이 설치될 예정이다. 다음 달 한 달간 야구·축구 대회 등 행사도 예정돼 있다.
다만 환경단체들은 공원 개방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개방 대상 부지 토양이 과거 환경부·미군 공동 조사에서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021년 한국환경공단이 미군과 합동으로 수행한 환경조사 및 위해성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스포츠필드 지역에선 토양 1㎏당 석유계 총탄화수소(TPH)가 1만8,040㎎ 검출돼 기준치의 36배를 넘겼다. 장군 숙소 구역에서도 TPH와 아연이 각각 기준치의 29.3배, 17.8배 검출됐고, 야구장은 TPH 8.8배, 비소 9.3배가 검출됐다. 모두 인체에 유해한 독성 물질이다. 1군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기준치를 넘긴 학교·숙소(A4a) 구역은 이번에 개방하지 않는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1990~2015년 용산 미군 기지에서 약 84건의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는데, 그 결과 토양이 오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번에 공개되는 부지는 1997년 약 1,000갤런(3,789L)가량의 유출 사고가 발생했던 지역 인근이다. 지난 23일 서울환경연합 등은 "공원을 개방하기 전 이 흙을 전부 정화해야 한다"며 항의 집회를 열었다.
다만 정부는 효율성을 위해 반환된 부지만 먼저 개방한 뒤 반환이 완료되면 한꺼번에 모든 토양을 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오염된 흙 위에) 15㎝ 이상 흙을 덮은 후 잔디·꽃을 심거나 매트·자갈밭 등을 설치했다"며 "지난해 9월과 11월, 올해 3월 실내외 11곳에서 공기의 질을 측정했고, 모두 오염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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