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약자, 머리 벽에 찧고 이상행동
흥분 계열 마약 과다 투약 가능성
마약을 투약했다며 자수한 30대 남성이 경찰서 유치장 입감 후 호흡곤란을 일으켜 돌연 사망했다. 마약을 과다하게 투여한 것이 사망 원인으로 추정되지만, 경찰이 입감 관련 내부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정황도 포착됐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18일 오후 4시 30분쯤, A씨가 마약 투여를 이유로 서울 강북경찰서 관할 파출소에 자수했다. 그는 임의동행 방식으로 강북서로 옮겨져 간이검사를 받았고, 양성 반응이 나와 유치장에 입감됐다. 그러나 2시간 만에 입에 거품을 물고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유치인보호관이 곧바로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숨졌다.
현재로선 흥분계열 마약을 너무 많이 투약한 것이 문제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A씨는 경찰 조사를 받을 때 머리를 벽에 수차례 찧는 등 이상행동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범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마약퇴치연구소장은 “흥분계열 마약은 호흡곤란이나 심장마비를 유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사인은 부검으로 밝혀지겠지만, 사고 당시 경찰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경찰청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에는 유치장 사고 발생 시 응급조치를 강구하라는 정도로 간단하게 나와 있다. 다만 A씨처럼 자해할 경우엔 △일반 유치실이 아닌 충격흡수 벽면 등이 설치된 보호유치실에 입감시키고 △수용 시간은 6시간을 넘을 수 없으며 △보호관이 집중 관찰해야 한다 등의 행동 요령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호관이 30분마다 면밀히 살폈고, 최대 수용시간도 준수해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내부 매뉴얼로 활용하는 ‘유치장 업무 관련 준수사항’ 중 일부 절차가 생략된 것으로 확인됐다. 입감 과정에서 경찰은 대상자의 체온, 혈압 등을 신체확인서에 기록하고, 주취 등으로 측정할 수 없다면 거부 사유를 적시해야 하는데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 관계자는 “자해 시도 외에는 건강 이상 증세가 없어 측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직 매뉴얼 미준수와 사인과의 인과관계는 규명되지 않았으나, 유치인 건강권 보호를 위해 시행 중인 제도를 소홀히 한 건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급증하는 마약범죄를 감안해 마약 투약자에 한정된 현장 대응 매뉴얼의 필요성도 거론된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마약 투약 증상을 정리한 내부 매뉴얼이 있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정확한 판단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부검 결과에 따라 감찰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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