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감독 이병헌 신작 '드림'
노숙자 월드컵 소재로 웃음 감동 제조
상투적이진 않으나 재미 폭발력 떨어져

영화 '드림'은 노숙자 축구 월드컵에 나선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전하려 한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선수들 실력은 형편없다. 주변 지원이 부실하기도 하다. 지도자는 처음엔 무관심하다. 하지만 선수들과 지도자는 우여곡절을 거치며 뭉치고 큰 대회에 나간다. 예상 밖 선전을 펼쳐 사람들을 열광케 한다. 스포츠 영화의 보편적인 줄거리다. 26일 개봉하는 한국 영화 ‘드림’ 역시 스포츠 영화의 단골 소재인 ‘꼴찌들의 반란’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전하려 한다.
‘드림’의 중심인물은 윤홍대(박서준)다. 프로축구선수인 그는 황당한 사고를 잇달아 저지른다. 퇴출 위기에 몰리자 주변 권유로 국가대표팀 지도를 맡는다. 국가대표라고 하나 노숙자 월드컵에 나갈 팀이다. 경기보다 재활에 목적이 있는 팀이고 무임금 봉사이니 홍대가 성취욕을 가질 리 없다. 게다가 감동을 듬뿍 담아낼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실력보다 사연 있는 인물 위주로 팀을 구성했다.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커녕 훈련하기조차 힘겹다. 홍대는 처음엔 대충대충 팀을 지도하나 선수들의 애틋한 사연을 알고부터 정성을 다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감동보다 웃음에 방점을 찍는다. 웃음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제조된다. 홍대가 경기 중 그라운드에서 벌이는 일부터 엉뚱하다. 그가 얄미운 기자 해맑은(박명훈)을 폭행한 방법은 온라인에서 여러 ‘밈(Meme)’을 양산할 정도로 독특하다. 스포츠 영화가 주로 사용하는 몸 개그가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노숙자 선수 중 축구공을 발로 제대로 차는 사람은 1명 정도에 불과하다. “미친 세상에 미친X으로 살면 그게 정상 아니야?” 같은 재치 있는 대사들이 이어지며 잔잔한 웃음을 부른다. 결말부엔 고명처럼 감동이 얹어진다.
소재는 진부하나 영화 전개가 상투적이지는 않다. 도입부부터가 신선하다. 등장인물들이 문을 여닫는 것으로 장면을 이어 붙인 빠른 전개가 특히 인상적이다. 말맛이 만들어내는 유머가 차별성을 지니기도 한다. 이채로운 대목도 꽤 있다. 하지만 상투적이지 않다고 재미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상영시간 125분을 밀도 있게 이어가기엔 갈등의 깊이가 얕고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사연은 유별나지 않다.
‘드림’은 진용만 봐도 큰 기대감을 이끌어낼 만하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JTBC)를 발판 삼아 글로벌 스타로 도약한 박서준이 이야기를 이끈다. 유명 가수 겸 배우 아이유가 자기 주장 강한 다큐멘터리 PD로 나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연기력을 발휘한 김종수, 고창석, 이현우, 정승길, 양현민, 허준석 등이 스크린 곳곳에 포진했다. 무엇보다 이병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극한직업’(2019)으로 관객 1,626만 명을 모았던 이다.
이 감독은 2010년 노숙자 월드컵에서 영감을 얻어 2015년부터 ‘드림’ 제작을 준비했다고 한다. ‘극한직업’ 개봉 이전부터 마음에 둔 영화라는 의미다. 하지만 관객은 ‘극한직업’을 감안해 이 영화를 대할 수밖에 없다. ‘극한직업’만큼의 잦은 폭소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마음껏 웃기를 바란다. ‘드림’은 적당한 웃음에 적당한 감동을 주나 폭발력은 기대치를 밑돈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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