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200수 새로 발굴
“온갖 종류 책들이 있으니 / 조경암이 살아온 한평생일세. / 송곳을 세울 만한 땅은 없어도 / 다행히 가업 이을 아들(조태환)이 있었네. / 우리 도를 배불리 먹어 / 입에 넣자 단맛을 절로 알게 하였네.” (박제가ㆍ정유각집)
18세기를 대표하는 실학자 박제가가 조경암의 아들 조태환(1772~1836)에게 지어준 한시다. 부친의 학문을 계승한 조태환을 격려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구사회(66) 선문대 명예교수는 24일 조태환 등 현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유생들의 시조 200수를 담은 조선 후기 가집(歌集) '직암영언(直菴永言)'을 발굴했다. 구 교수는 “200수가 담긴 시조집은 보기 드문 사례”라며 “우리 문학사의 범위를 넓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직암영언은 순조 재위 때인 1826년 편집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로 17.2㎝, 세로 26.5㎝ 크기의 서책으로 조태환이 지은 시조 135수, 정덕유(1795∼1829)와 이석빈(1795∼1832)이 이에 화답한 시조 각각 12수와 10수 등으로 구성됐다. 이석빈은 충무공 이순신의 직계 후손으로 조태환을 스승처럼 따랐다. 직암(直菴)은 조태환의 호다.
직암영언은 지방 문인들의 의식 세계와 창작 활동을 엿볼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충남 아산에서 활동한 세명은 이렇다 할 관직에 오른 적 없는 무명에 가까운 선비다. 조태환 역시 아산 지역에서 상당한 명망을 얻은 서책 소장가로 알려졌으나, 입신을 하지는 못했다. 구 명예교수는 “수록된 시조들은 역대 시조 사전에 수록된 작품과 비교했을 때 어절도 거의 겹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성리학과 도학부터 여러 지방을 여행하며 본 풍광이나 내면 감상 등을 다양하게 담고 있다.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은자로서 꿈을 지향하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다음 달 20일 열리는 국어국문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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