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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암영언' 발굴...19세기 지방 유생들의 삶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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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암영언' 발굴...19세기 지방 유생들의 삶 담겨

입력
2023.04.24 15:01
수정
2023.04.24 15:08
22면
0 0

시조 200수 새로 발굴

지방 유생들의 시조를 담은 '직암영언'(直菴永言)의 표지. 구사회 선문대 명예교수 제공

지방 유생들의 시조를 담은 '직암영언'(直菴永言)의 표지. 구사회 선문대 명예교수 제공

“온갖 종류 책들이 있으니 / 조경암이 살아온 한평생일세. / 송곳을 세울 만한 땅은 없어도 / 다행히 가업 이을 아들(조태환)이 있었네. / 우리 도를 배불리 먹어 / 입에 넣자 단맛을 절로 알게 하였네.” (박제가ㆍ정유각집)

18세기를 대표하는 실학자 박제가가 조경암의 아들 조태환(1772~1836)에게 지어준 한시다. 부친의 학문을 계승한 조태환을 격려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구사회(66) 선문대 명예교수는 24일 조태환 등 현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유생들의 시조 200수를 담은 조선 후기 가집(歌集) '직암영언(直菴永言)'을 발굴했다. 구 교수는 “200수가 담긴 시조집은 보기 드문 사례”라며 “우리 문학사의 범위를 넓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직암영언은 순조 재위 때인 1826년 편집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로 17.2㎝, 세로 26.5㎝ 크기의 서책으로 조태환이 지은 시조 135수, 정덕유(1795∼1829)와 이석빈(1795∼1832)이 이에 화답한 시조 각각 12수와 10수 등으로 구성됐다. 이석빈은 충무공 이순신의 직계 후손으로 조태환을 스승처럼 따랐다. 직암(直菴)은 조태환의 호다.

'직암영언'(直菴永言)의 내부 사진. 구사회 선문대 명예교수 제공

'직암영언'(直菴永言)의 내부 사진. 구사회 선문대 명예교수 제공

직암영언은 지방 문인들의 의식 세계와 창작 활동을 엿볼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충남 아산에서 활동한 세명은 이렇다 할 관직에 오른 적 없는 무명에 가까운 선비다. 조태환 역시 아산 지역에서 상당한 명망을 얻은 서책 소장가로 알려졌으나, 입신을 하지는 못했다. 구 명예교수는 “수록된 시조들은 역대 시조 사전에 수록된 작품과 비교했을 때 어절도 거의 겹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성리학과 도학부터 여러 지방을 여행하며 본 풍광이나 내면 감상 등을 다양하게 담고 있다.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은자로서 꿈을 지향하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다음 달 20일 열리는 국어국문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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