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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유 있는 한국인의 키위 사랑…뉴질랜드 1등급 키위, 어떻게 우리 마트로 날아오나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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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유 있는 한국인의 키위 사랑…뉴질랜드 1등급 키위, 어떻게 우리 마트로 날아오나 보니

입력
2023.04.24 11: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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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북섬 테푸케, 키위 재배부터
품질 테스트·포장 등 유통 단계 보니
모든 과정 일원화…균일한 품질의 비결

6일 뉴질랜드 북섬 테푸케의 한 농가에서 농장 주인 팀 토르(67)씨가 수확을 앞둔 키위를 살펴보고 있다. 이소라 기자

6일 뉴질랜드 북섬 테푸케의 한 농가에서 농장 주인 팀 토르(67)씨가 수확을 앞둔 키위를 살펴보고 있다. 이소라 기자


제스프리 키위 국내 매출 규모. 그래픽=신동준 기자

제스프리 키위 국내 매출 규모. 그래픽=신동준 기자


한국인의 키위 사랑은 남다르다. 샤인머스캣, 킹스베리 등 이색 과일 경쟁자들이 나타나도 키위는 해마다 판매량이 늘어 에이스 제품만 갈 수 있다는 마트의 메인 진열대를 차지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 80%에 달하는 뉴질랜드 키위 전문업체 제스프리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1,250만 트레이(트레이당 3.5kg)의 제스프리 키위를 소비했는데 무게로는 약 4.3만 톤이다. 이는 제스프리가 거래하는 50개 나라 중 4위로, 1년 전과 비교해 한 단계 올랐다.

홍희선 제스프리 이사는 "건강을 중시하는 한국인들이 영양성분이 많은 키위를 건강 간식으로 여기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며 "더불어 한국인은 유독 '과일은 달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당도 높은 골드키위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일조량 풍부하고 수분 많은 토양…최적 조건 갖춰


6일 뉴질랜드 북섬 테푸케의 한 농가에서 썬골드키위가 자라고 있다. 이소라 기자

6일 뉴질랜드 북섬 테푸케의 한 농가에서 썬골드키위가 자라고 있다. 이소라 기자


영양이 좋고 당도 높은 키위를 생산하려면 일조량과 토양이 관건이다. 뉴질랜드가 '키위의 나라'라 불리게 된 것은 최적의 재배 환경 덕분이었다. 6일 오후 찾은 뉴질랜드 북섬 테푸케의 한 농가에는 수확을 앞둔 썬골드키위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한 그루에 1,500개가 넘다 보니 머리가 무거워진 나무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테푸케가 있는 베이 오브 플렌티는 뉴질랜드에서도 전체 키위 생산량의 78%를 차지하는 최대 재배 지역이다. 농장 주인 팀 토르(67)씨는 "일조량이 풍부하고 강우량이 적당하면서 기후 변화가 크지 않은 것이 강점"이라며 "땅은 화산재를 밑에 깔고 있어 물을 댈 필요 없이 수분을 많이 머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농가는 2010년부터 6ha(헥타르·1㏊=1만㎡) 면적에서 키위를 키웠는데 몇 년 사이 그린키위 나무 묘목을 잘라 썬골드키위 묘목을 접붙이는 방식으로 품종을 썬골드키위로 바꾸고 있다.

키위 재배는 뉴질랜드의 겨울인 6~8월 중 가지치기로 시작한다. 9~11월 나무가 다시 자라면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이 시기 농가는 열매가 너무 많이 달리지 않게 꽃의 개수를 조절하는 적화(摘花) 작업을 한다. 열매가 많으면 알이 작고 당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 열매는 뉴질랜드의 여름인 12~2월 빨리 자라는데 이때 키위를 최대한 키우기 위해 수확량을 예측하고 열매를 솎아내는 적과(摘果) 작업을 한다. 무럭무럭 자란 키위는 3~5월 수확돼 전 세계 소비자들을 만난다.

봄에 수확한 뉴질랜드 키위는 국내에서 4월~11월 판매된다. 겨울에는 뉴질랜드와 환경이 비슷한 제주에서 재배한 키위가 유통되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는 1년 내내 키위를 맛볼 수 있다. 제스프리는 제주 농가들이 키위 재배에만 집중할 수 있게 생산부터 유통, 마케팅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특히 키위는 제주의 대표 작물인 감귤보다 가격 변동이 크지 않아 최근 몇 년 새 감귤 대신 키위 농사를 짓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제스프리는 2004년부터 제주 농가와 협약을 맺고 국내 재배를 시작했는데 현재 제주 농가 수 288개, 재배 면적은 232만㎡에 달한다. 4년 전과 비교하면 농가 수는 약 1.5배, 재배 면적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농가마다 '품질 테스트' 거쳐야 수확 가능…기준도 까다로워

6일 뉴질랜드 북섬 테푸케 지역의 힐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이 키위의 품질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소라 기자

6일 뉴질랜드 북섬 테푸케 지역의 힐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이 키위의 품질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소라 기자


최상의 조건에서 자란 키위라 해도 모두 수출되는 건 아니다. 매일 400여 개 농가에서 온 키위 3만6,000여 개가 힐스 연구소에서 숙성도, 품질 등을 검사받는다. 연구소에서는 키위의 단단한 정도를 측정하는 경도 시험과 과육의 색상을 점검하는 색상 테스트, 익은 후의 당도를 예측하는 건물중(乾物重) 테스트 등이 한창이었다. 여러 테스트를 거치는 동안 키위는 껍질이 벗기고 말려지고 기계로 뚫리는 등 혹사를 당했다. 끝까지 검사 기준을 맞추지 못한 키위는 주스 등 가공식품 생산에 쓰거나 동물 사료로 활용한다.

건물중 테스트에서는 키위를 얇게 저민 후 바짝 말려 물기를 없앤다. 키위를 건조하는 방으로 들어서니 찜질방 같았다. 60도 열풍으로 말린 키위는 무게를 재는 식으로 탄수화물을 측정한다. 존 리브 매니저는 "탄수화물이 당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키위의 품질을 예측하는 데 특히 중요한 과정"이라며 "건조 중인 키위는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1분마다 온도를 잰다"고 말했다.

마지막 당도 테스트에서는 현재 당도를 측정하는데 주로 그린키위는 6브릭스(Brix), 썬골드키위는 8브릭스의 당도에서 딴다. 국내 소비자들을 만날 때 쯤엔 그린키위는 15, 16브릭스, 썬골드키위는 16, 17브릭스로 당도가 올라간다. 연구소서 합격 통지를 받은 농가는 키위를 본격 수확해 포장 센터인 팩하우스로 옮긴다.



6일 뉴질랜드 북섬 테푸케 지역의 힐스 연구소에서 건물중(乾物重) 테스트를 위해 키위를 건조한 모습. 이소라 기자

6일 뉴질랜드 북섬 테푸케 지역의 힐스 연구소에서 건물중(乾物重) 테스트를 위해 키위를 건조한 모습. 이소라 기자



포장센터에선 검수 또 검수…1등급만 국내로

4일 뉴질랜드 타우랑가에 있는 제스프리 팩하우스에서 직원들이 상품성이 떨어지는 키위를 골라내고 있다. 이소라 기자

4일 뉴질랜드 타우랑가에 있는 제스프리 팩하우스에서 직원들이 상품성이 떨어지는 키위를 골라내고 있다. 이소라 기자


팩하우스에서도 1등급 키위를 가리기 위한 검수 과정이 계속 이어졌다. 사람이 무르거나 상처가 난 키위를 걸러내고 적외선 카메라 및 정밀 기계로 수분, 당도 등을 꼼꼼하게 잰다. 불량 판정을 받은 키위들은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통통 튀며 기계 옆으로 빠져나갔다. 이후 자동화 공정으로 1등급 상품을 분류하고 분류가 안 된 키위는 눈으로 한번 더 검수해 포장한다.

이날 팩하우스에서는 수출용 1등급 키위 68팔레트(1팔레트당 256개)가 포장돼 출고 준비를 마쳤다. 선박에 싣고 나면 약 4주 후 한국 마트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제스프리 관계자는 "재배부터 수확, 유통,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물 흐르듯 만들어 품질을 향상시킨 게 뉴질랜드 키위의 성공 비결"이라며 "키위가 잘 자라는 기후 조건을 더 세밀하게 연구하고 균일한 품질의 키위를 생산하는 등 시스템을 밀착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 테푸케=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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