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회전교차로 밀집지 세종시 등
교통사고 29%·사망 63% 절감 효과
진출입 시 좌, 우측 지시등 점등해야
도로연수 코스 추가 등 교육 강화를
#1 세종시 다정동의 한 회전교차로. 물 흐르듯 교차로로 들어와서 빠져나가던 차들이 갑자기 줄줄이 멈춰 서기 시작했다. 회전차로에서 차량 한 대가 멈췄기 때문이었다. 해당 차에 문제가 생겼을 것으로 생각해 따라 정지한 차들은 그러나 이내 경적을 울렸다. 그 차량은 고장 때문이 아닌, 회전교차로에 진입하려는 차량에 ‘양보’할 목적으로 멈춘 것이었다.
#2 인천 남동경찰서 인근 회전차로를 나란히 달리던 차량 2대가 간발의 차이로 접촉 사고를 피했다. 회전차로 안쪽 차선에서 바깥 2차로로 이동해 회전교차로를 벗어나려던 A차량과 회전교차로로 진입해 2차로를 달리던 B차량의 동선이 겹쳤던 탓이다. 이들을 뒤따르다 아찔한 순간을 목격한 운전자는 “A차량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았고, B차량은 양보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대로 통과하는 차가 없다
회전교차로는 신호등이 없는 원형 교통섬을 중심으로 차들이 시계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회전차로의 흐름을 유지하는 평면교차로. 회전차로 차량이 통행 우선권을 갖는 교차로로, 교차로 통과 대기시간이 거의 없고, 통행 방법이 비교적 간단한 데다 사고 저감 효과까지 있어 전국에 확산 중이다. 그러나 "제대로 통과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게 세종경찰청 서성봉(47) 경위의 판단이다. 경찰 생활 절반이상을 아스팔트 위에선 지낸 베테랑 교통경찰관의 도움을 받아 세종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내 회전교차를 둘러봤다. 정부부처가 집중된 세종 신도시는 지난해 말 기준 80개의 회전교차로가 운영 중인, 국내 최대 회전교차로 밀집지역이다.
평일 출근 시간이던 21일 오전 8시 반 세종시 어진동 국무조정실 앞 회전교차로. 수많은 차가 교차로를 통과했지만, 좌측 방향지시등을 켜고 진입한 뒤 회전차로에서 빠져나갈 때 우측 방향지시등으로 전환하는 자동차는 100대 중 5대가 채 안 됐다. 서 경위는 “진ㆍ출입 때 방향지시등을 켜야 하지만 지키는 이들은 거의 없다”며 “이게 지켜지지 않다 보니 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통행효율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사고 감소 일등공신 회전교차로
미리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아 회전교차로에서 혼란이 빚어지는 일은 부지기수였다. 회전차로 차량이 교차로를 빠져나갈 줄 알고 진입했다가 급정거하거나, 회전교차로 주행차량이 계속 주행할 것 같아 양보를 했더니 그 차가 교차로를 빠져나가면서 교차로 진입 기회를 놓치는 차량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온전하게 통과하는 차량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음에도 회전교차로는 교통사고를 줄인 일등공신이다. 2020년 회전교차로 설치 작업이 완료된 전국 189곳을 대상으로 1년간 발생한 사고 현황을 설치 전 3년 평균과 비교하면, 교통사고는 159건에서 113건으로 29% 감소했고, 사망자는 2.7명에서 1명으로 감소했다.
회전교차로 밀도가 국내서 가장 높은 세종 신도시의 교통사고와 사상자 숫자는 전국 최저 수준이다. 행복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세종신도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1명으로 세종시 전체 사망자(4.4명)는 물론, 전국 평균(5.6명)보다 낮았다. 10만 명당 보행사상자 수도 세종신도시는 0.4명으로 세종 전체(0.8명)는 물론, 전국 평균(2.0명)을 크게 하회했다.
통행 효율 높이고 사고 줄이려면
행복청 관계자는 “신도시 특성이 반영된 다른 변수도 있지만, 회전교차로가 교통사고 감소에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한다”며 “기존 신도시 회전교차로 80개 외에 59개를 추가로 설치해 139개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전국 회전교차로는 약 1,700개로, 인구 3만 명당 1개꼴이지만, 세종신도시(인구 29만 명)의 경우 3,600명당 1개꼴이다.
진입 차량의 일시정지 같은 양보를 기본으로 하는 회전교차로 특성상 차량 서행을 더 유도하고, 그를 통해 교통사고와 사망자의 추가 감소를 끌어내기 위해선 교통문화 수준 향상과 함께 자동차운전면허 시험단계에서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서 경위는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회전교차로 대목이 있지만, 실기에선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운전강사들도 정확한 회전교차로 통과 방법을 모른다”며 “도로연수 코스에서 제외돼 있는 회전교차로를 넣고, 교차로 통과법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7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2020년 대비 50% 수준인 1,600명으로 감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0위권 교통안전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