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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와 봉사도 자주 할수록 늘어난다

입력
2023.04.22 00: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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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대구 국제휠체어테니스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추현호 대표. 장애는 신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는 것을 배운 계기였다.

2013년 대구 국제휠체어테니스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추현호 대표. 장애는 신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는 것을 배운 계기였다.

얼마 전 대구 한 복지재단의 3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행사장에 스피치를 하러 와줄 수 있냐는 초청을 받았다. 해당 행사는 1,500여 명 관련인이 모이는 큰 행사였다. 필자가 요청받은 주제는 '청년과 자원봉사'였다. 공익성과 자발성 그리고 무보수성이라고 하는 자원봉사의 특징에 필자는 하나 더 하자면 익명성을 추가하고 싶다. 봉사는 남몰래 조용히 하는 것이 더 값지다고 생각해 왔기에 망설여졌다. 고민 끝에 청년 동기, 후배들에게 자원봉사와 기부의 의미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 생각해서 해보겠다고 답변드렸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는 자신이 옳다고 믿고, 바르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향한 열정과 집념이 강하다. 단기적으로 경제적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참여도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운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심지어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소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소득 중 일정액을 떼어 기부도 생활화하는 청년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필자는 기부와 봉사가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봉사활동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되돌아보자면 처음부터 그 의미와 보람을 온전히 느낀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을 맞아 친구를 따라 충북의 어느 기관에 봉사활동을 하러 나섰다. 숙소에 짐을 풀고 처음으로 안내받은 봉사활동 미션은 치매 환자이신 어르신들의 목욕을 지원하는 일이었다. 어르신들의 목욕지원을 묵묵히 그리고 성실히 해내기에 필자는 많이도 부족했다. 들어갈 땐 7일을 머물겠다 생각하고 떠났는데 매일 밤 숙소에서 아늑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끙끙 앓았다. 일도 고되었고 미숙했다. 결국 3일 차에 신부님을 찾아가 핑계를 대고 퇴소를 했다.

봉사에 대한 기억이 보람과 뿌듯함으로 바뀌게 된 계기는 청년기의 봉사활동에 대한 경험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휠체어 테니스대회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다. 시작 전 어떤 일을 봉사로 하는지, 그 의미와 배경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들었다. 봉사자에게 어떤 역할과 책임이 기대되는지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대회를 전후해 많은 시간을 현장에서 보내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 대신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마다 보람과 뿌듯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자원봉사의 목적과 의미를 인지했고 스스로 가진 역량이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는 자아 효능감이 느껴져 보람이 더 컸다.

청년기에 봉사의 의미와 보람을 느낀 뒤로 필자는 자신을 넘어선 우리와 사회 그리고 커뮤니티를 위한 가치를 만드는 일이 행복의 중심이라고 믿게 되었다. 봉사 따로 생활 따로가 아니라 생활 그 자체가 봉사가 될 수는 없을까? 나아가 직업 그 자체가 봉사와 맞닿아 있을 수는 없을까? 나름의 고민과 배움의 여정을 더해 '소셜벤처'를 창업하고 사회적 기업가로 30대를 시작할 수 있었다.

돈만을 더 잘 벌기 위해서 뛰어난 사업가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더 많이 기부하고 봉사하고 싶어 뛰어난 사회적 기업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가지게 되었다. 이 모든 생각과 가치가 대학생 청년 시절 우연히 마주쳤던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문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부와 봉사도 습관이라고 지금은 믿고 있다. 더 많은 청년들이 자원봉사와 기부를 통한 특별한 감정을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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