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장거리미사일 제공하자 '분쟁 직접 당사국' 지목하기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무기 공급은 그것이 어느 나라에 의해 이뤄지든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반러 행동으로 간주한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자 러시아가 온갖 엄포를 늘어놓고 있다. 한국을 ‘적대국가’로 지정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앞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미사일을 제공하려는 과정에서 ‘교전 당사국’이라고 지목하며 경고한 전례가 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논평 요청에 “러시아는 키이우 꼭두각시 정권을 우리에 대한 하이브리드 대리전의 도구로 선택한 집단적 서방(서방 동맹)에 대항해 방어전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무기 지원을 “적대적 반러 활동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전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전체 과정에서 다소 비우호적 입장을 취해왔다”며 “무기 공급 시작은 특정 단계의 전쟁 개입을 간접적으로 뜻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한국을 '반러'의 대표주자로 낙인찍으려는 건 미국과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 대열에서 떼 놓으려는 계산으로 읽힌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지난해 9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미사일을 제공하려 하자 “레드라인을 넘는 행위”라며 “이는 미국이 분쟁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맹공을 폈다.
한국이 실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 어떻게 될까. 스웨덴 웁살라대학 평화분쟁연구소에 따르면 교전 당사국(Warring Party)은 '국가 내 또는 국가 간 무력 충돌에서 무력을 사용하는 국가 또는 조직'을 의미한다. 이에 연구소는 “교전 당사국의 수는 무한정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한국을 광의의 ‘무력’ 제공국이라 간주해 교전 당사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것이다. 선전포고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위협 수위는 높지만 딱히 실익은 없어 보인다. 러시아가 교전 당사국이라고 콕 집는다 해도 한국을 상대로 직접 무력을 사용하는 건 용납되기 어렵다. 전시 국제법의 기본원칙에 따라 △군사적 필요가 국제법을 어기는 것에 대한 정당화의 근거가 될 수 없고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전투력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군사행동이 아닌 한러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가늠하기 쉽지 않다. 주한러시아대사관은 이날 논평에서 “그러한 조치(우크라이나 무기 지원)는 지난 30년 동안 양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건설적으로 발전해온 한러 관계를 완전히 파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가 한국의 무기 지원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옛 소련의 쓰린 기억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련은 1950년 북한의 남침 당시 이를 승인하고 무기를 제공했지만 병력은 지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교전 당사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전협정 체결 과정에서 군대를 보낸 중국과 달리 뒤로 물러나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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