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유동규가 대선 자금 20억 요구했으나 거절"
"호의로 유동규에 1억, 화해 의미로 남욱에 4억 줘"
재판부 "앞뒤 안 맞아... 불리하면 증언 거부가 맞다"
유동규 사실혼 배우자는 '현금 가방' 관련 진술 거부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자금 20억 원을 요청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법정 증언했다. 김씨는 대장동 일당인 유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에게 호의로 수억 원을 준 적이 있다고 밝혔지만 재판부로부터 "진술이 모순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씨는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등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의 대선 경선 자금 명목으로 남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이 마련한 8억4,700만 원을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만배 "유동규가 '대장 선거 나간다'고 20억 요구... 거절했다"
김씨는 이날 "유 전 본부장에게 정치자금을 요청받은 적이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 "2020년 5, 6월쯤 유 전 본부장이 '대장(이재명)이 대선에 나갈 건데 형이 20억 정도 해 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너네 대장이 죽을지 살지 모르는데 나를 정치판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했다"고 답했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이 누군가에게 요청을 받았던 거냐"고 묻자 김씨는 "자기(유동규) 생각이라고 했다.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선 대선 자금을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천화동인 1호 실소유자가 누구냐"는 검찰 질문에 "김만배"라고 답하며 이 대표 지분 의혹에 재차 선을 그었다. 검찰은 대법원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심리 중이던 2020년 3~6월 김씨가 권순일 전 대법관실을 다섯 차례 방문한 사실을 지적했으나 김씨는 "언론사를 인수하고 싶어 변호사협회장을 소개해 달라고 했고 권 전 대법관이 책을 낸다길래 목차 관련 상의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 전 부원장, 정 전 실장 등과 의형제를 맺었냐는 검찰 질문에도 "나이 50에 무슨 의형제를 맺느냐"며 선을 그었다.
검찰 "왜 '걸리면 네 명 죽는다'고?" 재판부 "진술 앞뒤 안 맞아"
김씨는 다만 자신이 2021년 1월 유 전 본부장에게 5억 원을 건넸다는 점은 인정했다. 검찰이 돈을 준 이유를 묻자 김씨는 "1억은 유동규가 공무원 그만두고 사업을 한다고 해서 형으로서 호의로 줬고, 4억은 남욱에게 전달하라고 했다"며 "남욱이 공통비 문제 등과 관련해 계속 뒤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어서 화해의 의도로 준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에 "당시 유동규 같은 사람들에게 돈이 건너가는 게 부담스러웠던 상황 아니냐"며 "호의로 줬다고 하는데, 이전부터 대선 자금 요구했던 유 전 본부장이 해당 현금을 전용할 거란 예상도 못 했냐"고 추궁했다. 김씨는 "일체 예상하지 못했다"며 "유동규가 돈을 어떻게 쓰는지 제가 일일이 간섭할 건 아니지 않나"라고 답했다. "당시 5억을 주면서 '걸리면 4명 다 죽는다'고 했는데, 이 4명이 누구냐"는 검찰 질문에, 김씨는 "유동규 김만배 남욱 정영학"이라고 답했다.
김씨가 정 회계사 이름을 거론하자 재판부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 "진술 앞뒤가 너무 맞지 않는다"며 주의를 주기도 했다. 재판부는 "공통비 편입 부분도 그렇고 '4명 다 죽어'도 그렇고, 화해의 제스처로 보냈는데 남욱이 죽는다는 게 (이상하다)"라며 "본인 혐의와 관련된 부분이 있을 경우 차라리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에는 유 전 본부장의 사실혼 배우자인 박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주요 증언을 모두 거부했다. 박씨는 유 전 본부장이 현금이 담긴 가방을 집에 가지고 들어올 당시 상황을 묻는 검찰 질문에 대부분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이 사건 관련해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도 보면서 트라우마도 생기고 저 사람(유동규)이 나가서 해코지당하지 않을까 하루하루 불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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