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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의무고용 안 지켜도 그만인 사회

입력
2023.04.21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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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한우리정보문화센터 내 편의점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 박현진씨가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서울 서초구 한우리정보문화센터 내 편의점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 박현진씨가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맞아 발표된 자료들은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들의 고단한 삶이 그대로 묻어난다. 특히 장애인 의무 고용을 외면하는 기업들의 행태, 이를 알고도 방치하는 제도적 허점을 보면 국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20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6개 대형은행 중에서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충족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장애인 고용률은 하나은행 0.87%, 신한은행 0.91%, 우리은행 1.00%, 국민은행 1.39%, 농협은행 1.74%였다. 공공기관인 기업은행만 3.42%로 의무 고용률에 근접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 의원실 분석 결과, 2021년 사립대 법인 148곳 중 40곳(27%)만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했다. 50인 이상 기업은 근로자의 3.1%(정부·지자체·공공기관 3.6%)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고, 지키지 않으면 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현행법상 고용부담금은 ‘최저임금의 60% 이상’만 내면 되고, 올해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미달 인원 1인당 월 부담기초액을 120만7,000원으로 정하고 있다. 기업으로선 사내에서 제도적 배려를 해야 하는 장애인 고용을 하지 않고, 적은 부담금을 내면 그만이다. 30대 청각장애인은 채용 공고에 ‘장애인 우대’라고 쓰여 있어 지원했더니 면접 때 “장애인이 어떻게 일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름없는 공정한 기회를 갖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남겼다. 우선 고용부담금부터 현실화하는 게 어떤가. 또한 장애인이 교육을 받으러, 출근하러 가는 것조차 어렵게 만드는 이동권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한 장애인이 어렵게 취업에 성공했지만 출근시간 만원 지하철을 타기가 어려워 이른 새벽 출근하려다 교통사고를 당해 직장을 잃었다는 사례가 최근 회자됐다. 장애인이 직장 동료로서 어울릴 수 있는 세상은 그냥 오지 않는다. 그만큼의 의지와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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