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서 '한류의 미래' 주제로 대담
"OTT 덕에 한국 아티스트 기회 늘어
영화 좋아하지만, 드라마 중요해졌다"
"개인적으로는 극장 영화를 더 선호합니다. 그러나 요즘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덕분에, 한국 아티스트들에게 큰 기회가 되고 있어요."
배우 이병헌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한류의 미래'(The Future of Hallyu) 콘퍼런스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K드라마 열풍의 주역으로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RAC)의 초청을 받아 무대에 오른 그는 넷플릭스 같은 OTT의 등장이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을 크게 키웠다고 진단했다.
이병헌도 역시 OTT 플랫폼 수혜를 본 배우다. 이병헌은 올해로 32년째 배우생활을 이어오며 할리우드 영화 주역으로도 출연한 적이 있지만, 그의 존재를 세계에 각인시킨 건 2021년 출연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었다. 황동혁 감독과의 인연으로 오징어게임에 출연하게 됐다는 그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줄거리가 단순하면서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잘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에도 일해 본 황 감독이 잘할 거라 믿긴 했지만, 그건 한국에서의 얘기"라고 웃으며 "이렇게 세계적으로 성공할 거라곤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징어게임2에도 출연한다.
영화에 주로 출연했던 이병헌은 2018년 미스터션샤인으로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이래 오징어게임, 우리들의 블루스 등 드라마 출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의도적으로 드라마라 택한 건 아니고, 스토리와 감독을 보고 결정한 것"이라면서 "요즘엔 플랫폼 덕분에 영화보다 TV 시리즈가 세계로 뻗어나가기 쉬워진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그동안 많이 바뀌었다고도 언급했다. "제작비가 부족해 워낙 급하게 찍다 보니 완성도보다는 그저 끝을 내는 데만 집중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최근엔 한국도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과 거의 비슷해졌다"고 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별에서 온 그대'로 유명한 박지은 작가도 참석해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면서 주요인으로 OTT의 등장을 꼽았다. 그는 "예전에는 초반 몇 부를 쓰면 제작에 들어가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지만 OTT가 들어오면서 사전제작이 많아졌다"며 "그 덕에 더 완성도 있는 대본을 쓸 수 있고 배우도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다만 그는 "과거엔 방송 반응을 보면서 뒷이야기를 쓰다 보니 시청자와 호흡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 그럴 수 없는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한편 배우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하고 학생들과 질문 응답을 주고받은 이병헌은 답변 대부분을 유창한 영어로 소화했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를 찍으면서도 영어를 따로 배운 적이 없었는데, 오늘 이 자리를 위해 난생처음 두 달 동안 영어 연습을 했다"고 했다. 그는 "거절하고 후회한 작품이 있느냐"는 한 질문에 "절대로 거절이 아니라 스케줄이 안 맞아서 못한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며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과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헤어질 결심'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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