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강 대사 21일 필리핀 방문
보기 드물게 미군 대규모 훈련 중 외교 행보
필리핀의 미국 경도와 반중 여론 관리 목표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미군이 참가하는 합동군사 훈련이 진행 중인 필리핀을 전격 방문한다. 중국을 겨냥한 훈련이라는 점에서 이례적 행보다. 미국과 필리핀의 안보 협력 강화와 필리핀 내 반중 여론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중국의 다급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친 부장은 오는 21일부터 사흘간 필리핀에 머물며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교부 장관을 만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포함한 안보 이슈와 경제 협력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미-필리핀 안보협력 속도...다급한 중국
필리핀과 미국은 이달 11일 연례 연합훈련인 발리카탄 훈련을 시작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훈련으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확장을 억제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28일까지 이어지는 훈련에 미군 1만2,200명, 필리핀군 5,400명, 호주군 111명 등 1만7,000여 명이 참가했다.
1951년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필리핀은 아세안 지역의 대표적 친미 국가다. 친중 노선을 내걸고 2016년 집권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미국과 소원해졌지만, 지난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정부가 들어서며 안보협력 체제가 급속도로 재정비되고 있다.
중국은 필리핀 정부가 최근 미국에 새로운 군사기지 사용권을 내준 결정에 상당한 위협감을 느끼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2월 루손섬 북부와 팔라완섬 등 미군이 사용할 군사기지 4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이미 운용 중인 5개 미군기지를 합치면 필리핀 전역에 9개 지역을 미군에게 내준 것이다.
중국 대사의 '필리핀 노동자 인질' 발언 진화 목적도
새로 지정된 군사기지는 카밀로 오시아스 해군기지와 랄로 공항, 멜초 델라크루즈 육군 기지 등이다. 대만을 마주보고 있는 곳으로 카밀로 오시아스 해군기지에서 대만까지는 400여㎞에 불과하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미중의 군사 대립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군에게 중국을 견제할 강력한 수단을 내준 셈이다.
최근 주필리핀 중국 대사의 '필리핀 노동자 인질' 발언으로 불거진 반중 여론을 다독이는 것도 친 부장의 임무다. 황시롄 주필리핀 대사는 14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열린 포럼에서 '필리핀의 미군 기지 건설 추가 허용으로 중국의 대만에 대한 주권이 훼손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 과정에서 "대만에서 일하는 15만 명의 필리핀 노동자를 염려한다면 필리핀이 대만 독립을 명백히 반대하는 게 좋다"고 했는데, 협박성 발언으로 해석됐다.
중국 국립 남중국해연구소의 천샹먀오 부연구원은 "중국으로선 필리핀과 관계가 더 악화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을 관리해야 할 것"이라며 "친 부장의 이번 방문을 통해 원만한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전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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