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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환자 '응급실 뺑뺑이' 여전… "119-전문의 핫라인 필요"

입력
2023.04.19 20:27
수정
2023.04.1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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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학회, “뇌졸중 시술비, 반려견 의료비 보다 싸다"

뇌졸중이 발생해도 3시간 이내 병원을 찾는 환자가 여전히 36%에 불과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뇌졸중이 발생해도 3시간 이내 병원을 찾는 환자가 여전히 36%에 불과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뇌졸중(腦卒中ㆍstroke)은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져(뇌출혈) 뇌세포가 손상돼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매년 10만5,000명 정도가 노출되고, 5분에 1명씩 발생하고 20분에 1명꼴로 사망한다. 국내 사망 원인 4위여서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그런데 뇌졸중이 발생해도 컨트롤타워(관제센터) 부재, 인프라 부족으로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소위 ‘응급실 뺑뺑이’가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뇌졸중 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재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뇌졸중 발생 후 3시간 이내 병원을 찾는 경우는 36%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뇌졸중 증상을 잘 알지 못해 이상 증상이 발생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지만, 필수 증중 환자의 이송ㆍ전원과 관련된 국가 응급의료체계도 문제가 크다는 게 관련 학회의 입장이다.

이에 대한뇌졸중학회(이사장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19일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응급의료 기본 계획 및 필수 의료 지원 대책 현황과 발전 방안 모색’을 주제로 간담회를 갖고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은 "소위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지난 20년간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은 "소위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지난 20년간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학회는 우선 뇌졸중 환자를 ‘표류’하도록 만든 응급 의료 체계 개선을 정부에 촉구했다.

김태정 학회 홍보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은 적기에 치료받으면 환자가 건강한 삶을 회복할 수 있는 질환인데도 그렇지 못한 사례가 응급 의료 기본 계획이 수립된 이후 25년째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학회는 이에 대해 △전문 진료과와 연계 시스템 부재 △컨트롤타워 부재 △인프라 부족 등 3가지 원인을 꼽았다.

119 구급대가 전문 진료과와 직접 소통하면 환자 상태를 더 정확히 가늠할 수 있어 환자 분류에 도움되지만 현재는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24시간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도 제한돼 있어 이송부터 치료 전반을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김성헌 병원전단계위원장(강원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제한된 병실과 의료진 부족으로 모든 병원이 24시간 뇌졸중을 치료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경증 환자로 넘치는 응급의료센터의 응급실에서 중증 환자 진료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배희준 학회 이사장은 24시간 진료 인프라 부족 문제와 관련해 "24시간 체계는 돈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모든 병원을 24시간 체계로 운영하는 건 어느 나라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적어도 25~30개 정도 병원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배 이사장은 "그 정도만 되도 주변 병원들과 연계하면 90~95%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며 “현재 뇌졸중 센터가 없는 권역이 전국 진료권 절반에 가까운데 그런 상태부터 우선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뇌졸중 전문 인력 양성도 도마에 올랐다. 학회에 따르면 올해 신경과 전문의 합격자 83명 중 5명만이 뇌졸중 전임의로 지원했다. 현재 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 14개 중 1개 센터에서만 전임의가 근무하고, 전공의가 없어 교수가 당직을 서는 대학병원은 점점 늘고 있다.

차재관 학회 질향상위원장(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5~10년 후에는 뇌졸중 환자가 연간 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추세라면 뇌졸중 전문의가 부족해 진료 체계가 붕괴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의료 인력 부족의 원인으로는 저수가가 지목됐다. 학회는 크게 2가지 예를 들었다. 첫째는 일반실보다 낮은 입원료다.

이경복 학회 정책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 교수)는 “종합병원의 뇌졸중 집중치료실 입원료는 13만3,320원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실료 6인실 일반과(17만1,360원) 보다도 낮다”고 했다.

둘째는 근무 수당이다. 24시간 뇌졸중 집중 치료실에서 환자를 진료해도 근무 수당이 2만7,730원에 불과하다. 응급실에 온 뇌졸중 의심 환자를 신경과 전문의가 진료할 때는 진찰료조차 받지 못한다.

시술의 경우도 뇌경색 급성기 환자 대상 필수 치료인 정맥내 혈전용해술에 대한 관리료가 다른 나라의 절반도 채 안 되는 수준이다.

김태정 홍보이사는 "국내 정맥내 혈전용해술 관리료는 19만 원으로 외국에 비하면 50%도 안 되고, 반려견 의료비보다 싸다”며 “반려견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살리는 시술에 대한 관리료가 19만 원에 불과하다는 건 큰 문제"라고 했다.

이경복 이사는 “병원이 무리하면서까지 뇌졸중 센터에 투자하고 운영해야 하는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태정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는 "정맥내혈전용해술 관리료가 19만 원에 불과해 외국의 50%도 되지 않고, 반려견 의료비보다 싸다"고 했다.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김태정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는 "정맥내혈전용해술 관리료가 19만 원에 불과해 외국의 50%도 되지 않고, 반려견 의료비보다 싸다"고 했다.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이에 따라 학회는 당장 뇌졸중 수가 개선과 신설, 뇌졸중 집중 치료실 수가 상향 등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젊은 의사가 중증 질환 치료에 지원하도록 제도ㆍ환경적으로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배희준 이사장은 “웰다잉(well dying) 시대, 뇌졸중으로 후유 장애를 갖고 평생을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뇌졸중 치료 목표는 생명 연장뿐만 아니라 후유 장애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도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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