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30개 대학에 5년간 1000억 지원
19일 간담회서 "국립대에 15자리 돌아가냐"
참석자 "이주호, NO라고 안 하더라"
경쟁 과열 속 "줄 세우기" 비판도
대학 통폐합 등 '과감한 혁신'을 하는 비수도권 대학 30곳에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사업에 대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참석한 지역 대학 총장 간담회에서는 '국립대 몫'을 두고 날 선 질문도 나왔다. 사립대들 사이에선 광역지자체별로 1개의 국립대가 글로컬대학으로 안배되면 15개 안팎의 자리를 두고 '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는 이 부총리와 대전·세종·충남지역총장협의회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대학 관계자 A씨는 "지역별로 1개씩은 국공립대가 글로컬대학으로 지정되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다고 전했다. A씨는 "이 부총리가 질문을 부정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그렇게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비공개로 진행돼 회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학가에서는 많은 대학이 한정된 자리를 두고 출혈 경쟁을 벌여야 하고 글로컬대학에서 떨어지면 사실상 '살생부'에 오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A씨도 "지역별로 국공립대가 1개씩 시드(우선권)를 받으면, 80%를 차지하는 사립대들은 15개 안팎의 자리를 놓고 죽어라 싸워야 한다"며 "우리 지역만 해도 수십 개 대학이 한 자리를 두고 싸우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비수도권 국공립대들 중 글로컬대학 지정을 위해 이미 통합을 논의하는 곳도 많다. 안동대·경북도립대·금오공대는 경상북도의 제안으로 통합 논의에 들어갔다. 충남대와 한밭대, 강원대와 강릉원주대, 부산대와 부산교대 등도 논의 중이다. 한 국립대 총장은 "통합하면 글로컬대학 지정이 될까봐 이곳 저곳이 분주하지만 과연 통합으로 위기의 지방대가 살아날지 의문"이라며 "30곳에만 지원하는 것도 적고 '1도 1국립대 지정' 같은 약속도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줄 세우기'라는 대학가의 비판도 거세다. 지방 소멸을 타개하기 위해 대학 혁신을 이끌어 낸다는 게 글로컬대학 취지지만 '30위' 안에 들지 못하면 '부실 대학' 이미지가 덧씌워져 학생 충원에 더 어려움을 겪을까 걱정한다. 이달 18일 전국교수노조 등 7개 교수 단체로 구성된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는 "전국의 대학을 한 줄로 세워 학생들이 몰리는 극소수 대학만 남기는 방식은 행정 편의주의"라고 글로컬대학 사업을 비판했다.
이 부총리는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전날 간담회 인사말에서 "30개 내외의 글로컬대학을 지정하겠지만 결코 30개만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 아니다"라며 "모든 대학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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