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혁신TF 회의서 12개 과제
기업 투자 활성화 방안도 논의
소방이나 군ㆍ경찰 등 위험한 일을 하는 직종에 저가 낙찰로 공급되는 싸구려 안전 장비가 줄어든다. 사소하거나 불가피한 잘못 때문에 상당 기간 기업이 공공기관 일감을 아예 포기하는 일도 드물어질 전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ㆍ전담반)’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국가계약제도 선진화 방안’을 확정했다. 계약 대가 적정성 제고와 입찰ㆍ계약 절차 부담 완화 등이 목적인 12개 추진 과제가 포함됐다. 공공 조달시장 규모는 연간 184조 원에 이른다.
정부는 우선 상반기 내에 계약예규를 고쳐 소방ㆍ군ㆍ경 안전 장비의 낙찰하한율을 일반 물자와 같은 현행 60%에서 80%로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발주기관이 추산하는 예정가의 80%에 못 미치는 입찰가를 업체가 써 낼 경우 낙찰 대상 자격을 잃게 된다.
정부 결정은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초래될 저품질 장비 공급과 입찰 기업의 손해를 미리 막으려는 취지다. 싼값에 소방용 특수방화복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가 제품의 품질검사 불합격으로 납품이 늦어지는 바람에 발주처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업체는 업체대로 경제ㆍ신용 피해를 입은 2018년 한 정부 기관 같은 사례가 재발되지 않기를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발주 계약에도 국가 과징금제도와 마찬가지로 입찰 참가 제한을 갈음하는 제재금제도 도입이 추진된다. 한 공공기관은 2020~2022년 8건의 계약과 관련,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이 체결ㆍ이행되지 않았다며 업체에 3~6개월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을 부과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 때문인데 제재가 과도한 것 아니냐고 업체 측은 주장했지만 통하지 않았고, 업체는 제재 기간 공공 부문 응찰 길이 막히며 큰 손해를 봤다. 이에 계약 위반 정도가 경미할 경우 앞으로 제재금을 내면 업체가 공공기관 입찰에 계속 들어갈 수 있도록 하반기 국회 통과를 목표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이 밖에 정부는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를 밑도는 자재의 가격이 올라도 업체가 계약 금액 조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고 △건설엔지니어링 분야 종합심사제(공사 수행 능력과 입찰가, 사회적 책임을 종합 고려해 낙찰자 결정) 대상 기준 금액을 올려 중소업체의 시간ㆍ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턴키 입찰(설계ㆍ시공 일괄 입찰) 탈락자에게 주는 보상비 지급 시기를 1년 안팎인 현재보다 6~8개월 앞당기는 등의 공공 조달제 개선을 위해 올 하반기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손본다는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서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경제 규제 혁신 방안’도 논의됐다. 한국 내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인 글로벌 제약사 머크에 가능한 부지를 소개하고, 동일 공정 내 대표 설비 도면을 제출하면 나머지 도면 제출 의무를 면제하는 식으로 반도체 산업 공정안전보고서 심사 규제를 완화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정부는 현장 대기 프로젝트 등을 중심으로 55건의 규제를 풀고 6,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추 부총리는 “어려운 경제 상황 극복을 위해서는 민간 활력 회복이 절실하다”며 “매달 경제 규제 혁신 TF를 열어 수출ㆍ투자 지원을 위한 규제 해결을 적극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