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과 본격 '스킨십' 나섰지만
공식 지지 선언하는 의원 드물어
"자신의 시간표 지켜 나가" 반론도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의 잠룡’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공화당 대권주자 중 지지율 1위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설 ‘젊은 대항마’로 꼽히지만, 플로리다를 넘어 워싱턴 중앙정치 무대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시도가 신통치 않은 탓이다. 당내 세력 확대를 위해 ‘회담 정치’를 시작했으나 참석자들은 미온적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회담 전후로 자신의 텃밭인 플로리다의 의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 편에 서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체면까지 구겼다.
워싱턴 '회담 정치' 시작... "성과는 전무"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디샌티스 주지사는 미국 수도 워싱턴을 찾아 헤리티지재단에서 공화당 의원 9명과 정책 회담을 가졌다. 하원의원 출신이지만 그간 워싱턴과는 거리를 둬 왔던 모습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구애’의 손길을 내민 셈이다.
그러나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폴리티코는 “회담의 공동 주최자 중 디샌티스 지지 의사를 밝힐 생각이 있는 사람은 딱 3명”이라고 보도했다. 다른 의원들도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였을 뿐”이라며 당내 대선 후보 지지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굴욕은 계속됐다. 회담이 시작되기 불과 몇 시간 전, 플로리다주의 존 러더퍼드 하원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게 되어 자랑스럽다”고 밝히며 찬물을 끼얹었다. 같은 주의 브라이언 마스트 하원의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할 계획이라고 CNN방송에 전했다. 회담 참석자인 랜스 구든 하원의원조차 “디샌티스를 만났고, 그가 플로리다에서 훌륭한 일을 해 내긴 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을 구할 유일한 지도자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안 원하지만… '분노'는 무서워
‘트럼프의 대안’을 바라는 공화당원들도 디샌티스 주지사를 공식적으로 밀어주기엔 부담이 적지 않다. 그는 아직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다. 폴리티코는 “새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열망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원은 여전히 ‘트럼프의 분노’를 피하는 걸 우선시한다”고 짚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에선 적극적 스킨십으로 당내 지지 세력 확보에 적지 않은 공을 들이고 있다. 5개월 전 선거운동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플로리다의 7명을 포함해 공화당 하원의원 45명으로부터 지지를 끌어낸 상태다.
가뜩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이달 초 검찰의 기소 이후 더 올라간 상황에서, 디샌티스 주지사의 지명도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준 ‘문화 전쟁’이 거꾸로 발목을 잡는 양상도 보인다. 공화당의 주요 후원자인 ‘억만장자’ 토마스 피터피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회장은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디샌티스 주지사의 대선 출마 자금을 지원하려던 계획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임신중단과 도서 금지에 대한 (디샌티스의) 입장으로, 많은 친구가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변수는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 레이스 개시를 알리는 ‘아이오와 코커스’까지 9개월 이상이 남았고, 디샌티스 주지사의 출마 선언 후엔 상황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화당의 한 전략가는 “디샌티스는 전국적 선거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울 아누지스 전 미시간주 공화당 의장은 “디샌티스와 그의 팀은 자신들의 ‘시간표’를 고수하고 있다”며 “현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을 모두 잘 해내고 있다”고 더힐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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