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산불재난특수대원 남경진씨
강릉 산불에 출동 묵묵히 임무수행
한 총리 "임무 충실, 큰 피해 막아"
강원 강릉시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부모님 집이 화마(火魔)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임무를 다한 산불진화대원 사연이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19일 동부지방산림청에 따르면, 산불재난특수대 소속 남경진(44) 대원은 지난 11일 오전 발생한 산불이 초속 30m 가까운 강풍을 타고 번지자 강릉 난곡동과 저동 일대 화선에 투입됐다. 지난 2016년부터 크고 작은 산불현장을 접한 베테랑 남 대원은 "이 정도 강풍이면 불길과 멀지 않은 부모님 댁에도 피해가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뇌리를 스쳤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는 본인에게 맡겨진 구역에서 진화에 전력을 다했다. 화염에 휩싸인 집을 보며 발만 동동 구르는 주민들을 외면할 수 없어서다. 남 대원은 불길 차단을 위해 이동하던 중 정든 집이 타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는 "바람이 엄청나 진화에 몰두하느라 우리 집을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며 "임무가 먼저"라고 말했다.
남 대원이 불과 사투를 벌이는 사이 진화구역에서 가까운 강릉 저동의 부모님 주택은 산불로 전소됐다. 그가 독립한 2년 전까지 부모님과의 40년 추억이 깃든 곳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부모님이 병원에 약 처방을 받으러 집을 비운 사이 불길이 번져 인명피해를 면한 것에 위안을 삼았다. 그의 부모님은 강릉시가 마련해 준 펜션에서 지내고 있다.
남 대원은 "할아버지가 지은 집이고 여전히 부모님이 사시는 집이어서 추억이 많은 곳"이라며 "진화 중에 집 생각은 하지도 못했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지난 16일 강릉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임무에 충실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가족 분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남 대원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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