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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그림에 평생 바친 예술가... 특별한 전시로 찾아온 정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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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그림에 평생 바친 예술가... 특별한 전시로 찾아온 정미조

입력
2023.04.21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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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여울' 등 명곡으로 1970년대 풍미한 가수 정미조
5월 17일부터 이화여대서 회화·음악 특별 전시 개최
"부·명성 좇기보다 나만의 예술세계 구축에 전념한 삶"

‘개여울’ ‘그리운 생각’ 등 명곡으로 1970년대를 풍미하고 37년 만에 복귀해 왕성하게 활동 중인 가수 정미조(73)가 18일 서울 서초구 자신의 작업실에서 1집 앨범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그는 오는 5월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6개월간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에서 ‘이화, 1970, 정미조’ 특별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 포함될 회화 작품 '파리 야경'이 그의 뒤에 놓여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개여울’ ‘그리운 생각’ 등 명곡으로 1970년대를 풍미하고 37년 만에 복귀해 왕성하게 활동 중인 가수 정미조(73)가 18일 서울 서초구 자신의 작업실에서 1집 앨범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그는 오는 5월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6개월간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에서 ‘이화, 1970, 정미조’ 특별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 포함될 회화 작품 '파리 야경'이 그의 뒤에 놓여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개여울', '그리운 생각' , '불꽃' 등 명곡으로 1970년대를 풍미한 가수이자 서양화가인 정미조(73)가 자신의 예술세계를 돌아보는 특별한 전시로 대중을 만난다. 5월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에서 열리는 ‘이화, 1970, 정미조’ 특별전에서다. 1972년 이 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가 51년 만에 모교에서 후배를 만나는 기회이기도 하다. 특별전에서는 드로잉 및 자화상, LP, 무대의상 등 멀티 아티스트로서 정미조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100여 점이 전시된다. 특별전을 앞둔 정미조를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특별전을 여는 소감을 묻자 "감동적 순간"이라고 했다.

명성·부 거스른 선택… 예술세계에 평생을 바치다

파리에서 유학하던 시절 정미조의 모습. 그는 국내 최고 디바라는 명성을 뒤로 하고 1979년 가요계 은퇴를 선언, 서양화를 공부하겠다는 일념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JNH뮤직 제공

파리에서 유학하던 시절 정미조의 모습. 그는 국내 최고 디바라는 명성을 뒤로 하고 1979년 가요계 은퇴를 선언, 서양화를 공부하겠다는 일념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JNH뮤직 제공

어려서부터 무용, 노래, 미술에 두루 재능이 많았던 정미조는 대학 입학과 함께 ‘노래 잘하는 학생’이라고 알려지며 이내 인기를 얻었다. 대학 졸업 직후 ‘개여울’을 발매하며 데뷔 동시에 스타덤에 올라 가수로서의 황금기를 누리던 그가 1979년 전격 은퇴를 선언한 것은 충격이었다. 서양화를 공부하겠다는 일념으로 동경하던 파리 유학길에 올랐지만 그곳에서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그를 위로한 건 도시의 야경. “파리의 8층 꼭대기 방 창문을 열면 센강이 흐르고 노트르담 성당과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이 한눈에 보였어요. 이 야경에 내가 속해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고독감이 사라졌죠.” 이번 전시의 핵심 주제 중 하나인 ‘야경’ 시리즈가 탄생한 계기다.

전시에 포함될 '자화상' 시리즈는 유학 당시 외로울 때마다 거울 속의 자신을 그려 나갔던 경험의 산물이다. 1992년 귀국해 서양화 전공 교수로 활동하면서 그는 영적 존재의 움직임을 표현한 ‘영혼의 세계’ 연작들을 쏟아냈다. 그는 “‘영혼의 세계’ 드로잉을 추려내니 5,000점이 넘더라”며 “부나 명성을 좇기보다는 나만의 예술세계를 완성하는 데 전념하는 삶을 살았다”고 돌아봤다.

37년 만의 복귀… “달라진 음악 시스템과 새 도전 반가워”

정미조가 2021년 9월 26일 가요계 복귀 이후 세 번째 앨범인 '바람 같은 날을 살다가'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열고 무대를 꾸미고 있다. JNH뮤직 제공

정미조가 2021년 9월 26일 가요계 복귀 이후 세 번째 앨범인 '바람 같은 날을 살다가'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열고 무대를 꾸미고 있다. JNH뮤직 제공

가수 은퇴 후 37년이 지난 2016년, 정미조는 앨범 ‘37년'으로 복귀했다.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 온 가수 최백호와 현 소속사인 JNH뮤직의 이주엽 대표의 복귀 권유를 받아들여서다. 복귀 후 2017년, 2020년 새 앨범을 추가로 발매한 그는 "1970년대 때와는 전혀 다른 음악세계가 펼쳐졌다"고 말했다. 음악 제작 시스템이나 무대 환경이 열악했던 과거와 달리 비약적인 기술 발전으로 보다 수월하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재즈 등 해외 음악 장르 도전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나는 음악 이론을 공부해보지 않았지만 협업하는 재즈 뮤지션들은 전문적이라고 느껴진다”며 “재즈 장르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여전히 음악가로서의 지평을 넓힐 꿈을 가진 정미조는 "목소리가 안 나올 때까지 노래를 계속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음악·미술 함께하는 복합 전시… 역사적 사료 집합

정미조의 젊은 시절 대표작인 '몽마르트르'. 오는 5월 열리는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JNH뮤직 제공

정미조의 젊은 시절 대표작인 '몽마르트르'. 오는 5월 열리는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JNH뮤직 제공

20여 년 전, 정미조는 비디오 아트 예술가 백남준의 한 전시 오프닝 행사를 보러 갔다가 백남준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미술과 음악을 함께 다루는 복합 전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그때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2010년 한 복합 전시 공간을 빌려 개인 복합 전시를 시도했던 이유다. 13년이 지나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또 다른 개인 복합 전시다. 개막일에는 강당에서 1시간여 동안 작은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 최백호도 게스트로 출연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대중문화사와 패션사 연구자에게도 의미가 있을 만한 '사료'도 선을 보인다. 고(故) 앙드레김이 제작한 무대의상 드레스 12점이 전시된다. 그는 의상을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를 모두 이화여대에 기부하기로 했다. 전시 개막 행사에 고 앙드레김의 유일한 아들 김중도 디자이너도 참석할 예정이다. 정미조의 음악세계를 반추할 수 있도록 데뷔 앨범 '그리운 생각/불타는 사랑'부터 최신 앨범인 '바람같이 살다가'까지 역대 발매된 LP 모두가 전시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후배를 포함한 젊은 세대에 어떻게 기억되고 싶느냐는 질문에 정미조는 잠시 주저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정미조는 진정한 예술가였다’라고요. 이젠 죽음조차 두렵지 않을 만큼 예술에 모든 것을 여한 없이 쏟아부었으니까요.”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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