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기기 회사 도미니언이 낸 명예훼손 소송서
청구액 2조 원의 '절반' 배상하기로 최종 합의
18일 미국 뉴욕의 폭스뉴스 본사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미국 보수 언론 폭스뉴스가 투표기기 업체인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도미니언)에 한화로 1조 원이 넘는 돈을 물어 주기로 했다. 2020년 미 대선 이후 폭스뉴스는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제기한 '투표 부정' 음모론을 줄기차게 보도했는데, 이에 도미니언 측이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자 약 2년 만에 이같이 합의한 것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폭스뉴스는 투·개표기 업체인 도미니언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과 관련해 7억8,750만 달러(약 1조380억 원)를 배상하기로 했다. 도미니언 측 저스틴 닐슨 변호사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진실은 중요하다. 거짓말에는 대가가 따른다"며 "2년 전 엄청난 거짓이 도미니언과 국가에 심각한 해를 끼쳤다"고 말했다.
앞서 폭스뉴스는 2020년 11월 대선 이후 개표기 조작 가능성을 집중 거론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이 제기한 '대선 사기' 음모론을 반복적으로 보도했다. 도미니언이 당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당선을 위해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는 취지였다. 대선 때 28개 주에 투표기를 공급한 도미니언은 투표기기 판매와 회사 평판 등이 타격을 받자 2021년 1월 폭스사에 16억 달러(약 2조 원)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폭스뉴스는 소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뉴스로 판단해 보도했을 뿐"이라며 "이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 수정헌법 1조에 의해 보호받는다"고 주장했다. 폭스뉴스는 지난해 미국 델라웨어주 상급법원에 해당 소송에 대한 각하 요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이날 합의 발표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한 세대 동안 미디어 조직에 대한 가장 중대한 재판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였던 사건의 놀라운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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