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 '유럽 원전 동맹' 결성... 양자 협정 '분주'
독일이 탈원전을 완수한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에 찬성하는 '친원전 국가'들이 똘똘 뭉치고 있다. 유럽엔 '원전 동맹'까지 생겼다. 주도하는 건 프랑스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 전체 원전 생산 전력량 중 절반을 담당하는 '원전 강국'이다.
프랑스가 '동맹 수집'에 몰두하는 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전 세계가 에너지 정책을 개편하는 와중에 국익을 더 확실하게 반영하기 위해서다. 새롭게 짜이는 에너지 질서가 원전 중심의 프랑스 정책과 동떨어지면 경제, 안보 등 핵심 분야에서 도태될 것이기 때문이다.
'원전 동맹' 짠 프랑스, '양자 협력'에도 공격적
유럽 전문 언론 유락티비 등에 따르면, '유럽 원전 동맹'은 올해 2월 프랑스 주도로 '급하게' 결성됐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EU 에너지 장관 회의를 계기로 모인 프랑스, 핀란드, 폴란드, 체코 등 11개의 친원전 국가들은 "원자력 공급망, 신기술 개발 등에서 협력하자"고 합의했다.
친원전 국가 스웨덴은 원전 동맹에 참여하지 않았다. EU 상반기 의장국으로서의 중립 의무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스웨덴과 원자력 파트너십을 발전시키고 있다"(아녜스 파니에 뤼나셰르 에너지 장관)고 밝혔다. 대신 양자 협정 체결을 논의 중이라는 뜻이었다.
프랑스는 이미 많은 국가와 원자력 분야 협력 강화 협정서를 체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뛰었다. 원전은 중국에서 이달 열린 마크롱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회담의 주요 의제였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지난 40년 동안 프랑스와 중국이 원전 분야에서 협력해왔지만 제3의 시장, 첨단기술 개발 등에서 더 협력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만났을 때도 "양국 간 에너지 협력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영국에 건설 중인) 시즈웰C 원전 등 원자력 부문 협력을 강화하자"고 했다. 이달 11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 때도 원전이 정상회담 의제로 올랐다.
프랑스는 체코(1월), 사우디아라비아(2월)와도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16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기후·에너지·환경 장관 회의를 계기로는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과 "핵연료 시장에서 러시아를 몰아내자"는 데 합의했다.
프랑스의 이러한 모습을 외신은 "원전 전쟁"(영국 언론 파이낸셜타임스) 등으로 묘사했다.
독일 등 탈원전 바람도 영향... "글로벌 협력은 중요"
새로운 에너지 질서의 중심에 원전을 두고자 하는 프랑스 입장에서 동맹은 중요하다. 환경오염, 안전 문제 등을 거론하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탈원전 국가들의 목소리를 홀로 상대하는 건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16일을 기해 완전 탈원전 국가가 됐고, 스페인, 스위스 등은 단계적 탈원전을 약속했다.
EU가 원전에 불리한 정책을 도입하면, 원전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원전 활용 비중에 상한을 엄격하게 두면 다른 국가로부터 재생에너지 등을 구입해야 하고, 원전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를 청정에너지로 분류하지 않으면 EU를 통한 투자 자금 조달 등이 어려워진다.
동맹은 프랑스의 원전 산업을 더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은 프랑스가 중시하는 미래 먹거리다. 더 디플로맷은 "제3국에 원전을 건설할 때 상당한 재정과 기술이 필요하므로 글로벌 원자력 시장에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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