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까지 한시 조치 연장
정상화하려다 與 요구에 전향
정부가 이달 말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4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당초 정상화 구상이 최근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 여파로 치솟기 시작한 기름값 탓에 어그러진 셈인데, ‘세수 펑크’ 위기에 놓인 정부로서는 고육책이다.
기획재정부는 18일 “4월 30일 종료 예정인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국민 유류비 부담 완화를 위해 8월 31일까지 4개월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유류세는 휘발유가 리터(L)당 615원,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부탄은 각각 369원과 130원이 붙는데, 인하 전 세금이 820원인 휘발유는 25%, 각각 581원과 203원인 경유와 LPG부탄은 37% 할인된 금액이다.
이번 조치에 따른 기름값 인하 효과가 특히 자동차 운전자의 유류비를 줄여 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가령 연비가 L당 10㎞인 휘발유 차로 하루 40㎞를 주행한다면 월 2만5,000원의 유류비가 절감된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법과 개별소비세법 등 관련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관계 부처 협의와 입법예고, 국무회의(25일) 등을 거쳐 다음 달 초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당초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정부 방안은 일단 인하폭이 작은 휘발유(25%)에 경유(37%)를 맞추거나 15~20%로 한꺼번에 폭을 낮춰 부족하나마 모자란 세수를 충당한 뒤 상황을 봐 가며 적절한 시점에 결국 인하 조치를 완전히 폐지하는 ‘단계적 정상화’였다. 연초 세수 사정이 워낙 좋지 않은 터라 2021년 11월부터 1년 반 넘게 이어 오고 있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이번에는 어떻게든 손보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 관측이었다. 유류세 인하로 줄어든 세금은 작년 한 해만 5조5,000억 원이다.
발목을 잡은 것은 최근 유가 동향이다. 이달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가 원유를 감산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후 국내 유류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지난달까지 L당 1,592원 수준이던 휘발유 가격이 14일 1,646.7원으로 뛴 상태이고, 장기간 하락세를 보이며 10일 1,532원까지 떨어졌던 경유 가격도 14일 1,541.4원까지 올랐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 여건이 어렵지만 서민 경제 부담 완화를 최우선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 판단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 움직임에 민감한 여당(국민의힘) 입김도 작용했다. 아직 전년 대비 물가 상승률이 4%대로 높은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폭 축소로 기름값이 올라갈 경우 여권을 향한 성토 목소리가 높아질 공산이 크다. 주 최대 69시간 근무제 논란을 겪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법률안과 예산안을 수반하지 않는 정책도 모두 당ㆍ정 간에 긴밀하게 협의하라”고 주문한 뒤 정책 주도권이 국민의힘 쪽으로 넘어간 모습이다.
이날 유류세 현행 유지 결정도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전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연장 조치를 적극 검토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자마자 곧장 이뤄졌다. 당초 3월 말 정해질 예정이던 2분기 전기요금 인상도 서민 부담 확대를 명분으로 여당이 제동을 걸었고,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에 여당의 내년 총선 득표에 도움이 되는지가 핵심 정책 추진 기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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