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현 산림청장 인터뷰]
최근 산불 급증, 기후 변화가 주원인
녹화된 산림이 '불 연료' 산불 대형화
솎아내 피해 줄이고 경제성은 올려야
11일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에서 시작된 산불은 지난해 3월 경북 울진 산불 악몽을 소환했다. 대지는 바싹 말랐고, 하늘에선 태풍 같은 바람이 불었다. 오전 8시 반 발생한 산불은 순식간에 북동쪽으로 내달리며 산림을 삼켰다. 강풍에 뜨지 못하던 산불 진화 헬기가 오후 2시 반부터 공중에서 물을 뿌렸다. 그로부터 약 40분 뒤 비가 쏟아지면서 화마는 8시간 만에 사그라졌다. 하지만 축구장 240개 면적에 해당하는 170헥타르(㏊)의 산림과 건물 100여 채는 이미 재만 남은 상태였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산불이 강풍을 만나 피해를 키운 전형적인 봄철 산불이지만, 울창하게 키운 숲이 산불 연료가 된 측면이 있다”며 “숲 이용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남 청장은 11개월간 1,523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포스팅, 52회 소통간담회, 18회 외부 특강 등을 통해 ‘산림 이용의 패러다임’ 전환을 역설하고 있다. 17일 집무실에서 만난 남 청장은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열변을 토하느라 목이 성한 날이 없다”며 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강릉 산불 때 무엇이 힘들었나.
“강풍이 산불 진화 헬기를 묶고, 점심때 내린다고 했던 비가 오후 3시가 되도록 내리지 않았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 제일 힘들었다. 풍향이 바뀌는 일몰 전에 불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울진 산불에 이어 이번에도 ‘산의 석유’로 불리는 소나무 수종 교체 주장이 나왔다.
“원론적으로는 활엽수로 교체하는 데 동의한다. 활엽수가 침엽수보다 덜 타고, 섞어 심는 게 이상적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소나무 자라던 곳에 활엽수가 뿌리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산림 3분의 2가 사유림이라 정부가 나서서 수종을 규제하기 힘들다. 또 산에 나무 심는 일이 산불 예방만을 목적으로 하진 않는다.”
-대형산불 발생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어느 정도인가.
“100㏊ 이상의 산림 소실을 뜻하는 대형산불이 4월 3일 하루에만 5건이 발생했다. 산불 통계를 내기 시작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에는 11건으로 역대 최다 발생했다. 대형산불이 보통 1년에 2건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2년간 엄청나게 늘어났다. 산불도 전날까지 458건이었는데, 역대 산불 피해가 가장 컸던 지난해 동기(427건)보다 많고, 최근 10년 평균(317건)보다 월등히 많다.”
-산불의 연중화, 대형화 이유는 무엇인가.
“기후 변화다. 눈, 비가 오지 않는 건조한 날이 증가했다. 그 여파로 1990년대 산불 발생 일수가 104일이었는데, 최근 5년 동안엔 170일에 이른다. 또 불에 탈 수 있는 연료가 산에 누적됐다는 점도 주시해야 한다. 올해로 치산녹화 사업 50년을 맞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성공이 산불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산에 나무가 더 많아져서 산불이 대형화한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1㏊당 나무양이 2002년 63m³에서 2021년 168m³으로 늘었다. 산불이 강풍을 만나면 대형산불이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 충족된 것이다. ”
-울창한 숲의 산림 선진국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솎아낸다. 베어낸 나무로 건축, 펄프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한다. 선진국에선 목재 건축이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쓰인다. 산불 피해도 줄이고 경제적 가치도 올리는 방법이다. 나무는 태우지만 않으면 탄소를 고정하는 효과가 있다. 베어낸 자리에 어린나무를 심으면 베어낸 나무보다 더 빠른 속도로 탄소를 흡수한다. 반세기 동안 산림녹화에 성공한 덕분에 국내에서도 쓸 만한 목재들이 많아졌다.”
-한국 목재는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강조하는 것이 임도다. 임도가 놓이면 목재 가격이 내려가 경제성도 좋아진다. 임도는 산의 혈관이다. 임도 없는 산은 죽은 산이다. 산을 보기만 하는 것은 좋은 활용법이 아니다. 사람이 숲에 들어가 휴식할 수 있어야 하고, 큰 나무는 손쉽게 숲 밖으로 옮겨 활용해야 한다. 목재 자급율 15%의 우리는 지난해 58억 달러(약 7조7,000억 원) 규모의 목재를 수입했다. 남의 나라 탄소를 수입한 셈이다.”
-임도를 설치하면 산사태를 유발한다는 보고서도 있다.
“옛날 얘기다. 우리는 1968년부터 임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기술이 크게 발전했다. 산사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고, 친환경적으로 산림 훼손도 최소화해 설치된다. 산불이 났을 때 진화 장비가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되기 때문에 임도는 산불 피해를 줄이는 데에도 효과가 크다. 지난달 경남 합천 산불 때 임도 덕분에 헬기가 철수한 야간에도 진화율을 10%에서 90%까지 끌어올렸다. 그렇지만 국내 임도 밀도는 ㏊당 4m가 채 안 된다. 독일(54m), 일본(23.5m)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 효과를 내는 임도가 설치되지 않은 이유는.
“과학적 사실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 부족, 당국의 설명 부족이 빚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번 강릉 산불에서도 확인됐지만,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산불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재난이다. 산림청이 산불 주무 기관이지만, 전 부처가 관심 갖고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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