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의 힘 앞세워 깜짝 1위 등극
주축 선수 빠져 '약체'란 평가였지만... 강팀 잇따라 꺾으며 상승세
페디 송명기 구창모 신민혁 선발진에 불펜진도 '탄탄'
시즌 전 ‘약체’로 평가받던 공룡군단 NC가 조용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NC는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LG와의 경기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6-4로 승리, 시즌 10승째(5패)를 올리며 리그 1위로 올라섰다. 전날까지 SSG에 승차 없이 승률에서 뒤지며 LG와 공동 2위였지만, 이날 승리로 지난해 정규 시즌 1, 2위 팀보다 한 발 앞서 나갔다.
하지만 시즌 전만 해도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지난달 30일 미디어데이에서 NC를 상위권 팀으로 꼽은 감독은 없었고, 해설위원들도 “주축 선수들의 빈자리가 클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는 친정팀 두산으로 복귀했고, 핵심 내야수 노진혁도 롯데로 팀을 옮겼다. 무엇보다 지난 2019~2022년까지 무려 네 시즌 동안 리그 대표 에이스였던 드류 루친스키가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와 계약하며 미국으로 돌아갔다. 베테랑 불펜 원종현이 키움으로 둥지를 옮긴 것도 NC엔 비보였다. 2021시즌 나성범(KIA)을 떠나보낸 데 이어 2년 연속 핵심 자원들이 사라진 것이다. 여기에 차세대 에이스로 꼽혔던 구창모도 시즌 직전 치러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내며 좀처럼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NC는 예상보다 훨씬 강력하고 끈끈하게 시즌 초반을 풀어가고 있다. 특히 15경기에서 10승을 올렸던 상대 팀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던 키움에 스윕승을 거두며 기세를 올리더니 올 시즌 ‘양강’으로 꼽힌 KT에 위닝시리즈를, 그리고 ‘디펜딩 챔피언’ SSG에도 시즌 첫 루징 시리즈를 안겼다. 그리고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 LG와 시즌 첫 경기에서도 승리했다. 이들 모두 올 시즌 상위권 팀이다.
일단 마운드의 탄탄함이 돋보인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팀 평균자책점 2점대(2.57)를 기록 중이다. 2위 LG(3.40)와도 제법 차이가 난다.
선발진의 활약이 좋았다. ‘KBO리그 신인’ 에릭 페디가 루친스키의 빈자리를 빈틈없이 메우고 있다. 3경기에서 2승(1패)에 평균자책점 0.47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고, 탈삼진(25개)은 2위다. 패한 한 경기도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타선 지원을 받지 못했다. 5년 차 송명기(23)도 평균자책점 3위(3경기 0.52)로 깜짝 활약 중이다. 구창모도 우려를 씻고 지난 15일 SSG전에서 8.2이닝 무실점, 생애 최고의 투구로 부활했고 신민혁도 로테이션을 잘 소화 중이다. 불펜진도 마무리 이용찬(2승 2세이브 0.0)을 중심으로 고르게 활약 중이다.
수비에선 ‘대형 유격수 유망주’ 김주원이 탄탄한 수비는 물론 타석에서도 장타율을 끌어올리며 인기몰이 중이다. 타격에선 박민우가 제 몫을 다하고 있고 ‘육성 선수’ 출신의 천재환도 눈에 띈다.
물론 숙제도 있다. 박건우와 손아섭 등 베테랑들의 타격감이 조금 더디다. 팀 타율도 4위(0.263), 팀 OPS도 4위(0.719)에 머물러 있다. 18일 LG전에서 박건우가 2안타, 손아섭이 3안타를 치며 반전을 예고한 점이 반갑다. 무엇보다 주전 포수 박세혁과 내야 유틸리티 서호철이 14일과 15일 연이어 부상을 당해 회복이 관건이다. 허리 통증으로 아직 데뷔전을 치르지 못한 테일러 와이드너와 지난 6일 내복사근 부상을 입은 제이슨 마틴의 공백도 아쉽다.
강인권 NC 감독은 "페디를 중심으로 투수들이 힘을 내주는 점이 경기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다만 타격감이 좀더 올라야 상위권 대결에서 좀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드너에 대해선 "투구가 아닌 러닝 훈련 중 나온 부상이라, 재활 과정을 좀더 지켜볼 예정"이라고 했고, 마틴에 대해선 "빠른 시일 내에 1군에 합류하긴 어려워 보인다. 일단 오는 20일 재검진 결과를 보고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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